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이밤.
정말 너무 좋다.

티비 채널을 내맘대로 여기도 틀었다가 저기도 틀었다가. 그런데 여기도 재밌고 저기도 재밌으니까 또 정말 너무 좋다.
꽃청춘도 재밌고 태후 재방도 재밌다.

아까 꽃청춘을 보는데
기린이 물을 먹는 장면이 나왔다.
아아 기린은 저렇게 물을 먹는구나.
목이 기니까 숙이기만 해서 먹을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앞다리를 벌려서 한껏 몸을 낮추고 목을 숙여 물을 먹는다.
처음에는 화면에 기린만 나왔다가 시간이 조금 흐르니
카메라맨이 카메라를 좀더 뒤로 땡겨서
기린이 먹고 있는 물. 에 비친 기린이 나오게까지 찍어줬다.

그 장면을 보는데
그 장면을 보는 내 기분이. 아. 그냥 좋다. 라고 몇초쯤 생각하다가
아아 얼굴도 모르는 카메라맨의 행복감이 느껴지는 거다
저 사람은. 저 곳에서 기린을 보고 기린을 찍고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할까.
본인이 저 순간 아프리카에서 카메라를 들고 기린을 찍을 것이라는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
상상하지 못했던 순간이었거나 혹은 상상하고 기대했던 순간이거나.
그 순간이 닥친 저때. 물먹는 기린을 찍고 있는 저 순간의 밤. 얼마나 행복했을까.

아 정말 눈물이 날뻔했다.
카메라맨은 정말 행복했을거 같아.
행복함을 미처 자각하지 못했더라면 저 고요한 순간 기분이 어땠을까. 그런데 난 행복함 말고는 그 어느것도 떠오르지 않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밤.
난 오디오와 화장대의 위치를 바꿨다.
그 아래에 쌓여있었던 먼지도 닦아내고.
화장대 밑에 아무렇게나 쌓아뒀던 책도 화장대와 함께 옮겼다.
그리고 티비를 보다가 방에 잠깐 들어가는데
그 새로움이 좋다.
내 오디온데.
내 화장댄데.
분위기가 달라보이는 내방이 좋다.

아무것도 안해도 되는밤.
내맘대로 이것저것. 부담 느끼지 않고 옮겨보고
티비에서 기린도 보고
카메라맨의 행복함도 상상해보고 (느끼고)
야식을 무얼 먹어볼까 생각할 수 있는

주말이 시작되는, 아무것도 안해도 되는 이밤이 눈물나게 좋다.


물만두를 먹을까 만두라면을 먹을까.

물만두를 초간장에 찍어먹으면 정말 맛있겠다아아아.
그리고 후식은 빵빠레 먹어야징

다이어트는 내일부터...생각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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