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책 몇장 읽다가, 음악좀 듣다가

 

다시 책 몇장 읽다가 빵 터져서 푸하하하하.

이 문장들을 안남길수가 없어 기어코 컴퓨터를 켰다 하하.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바로 이거. 어느날 갑자기, 빨간 머리 앤의 결말이 어땠더라? 궁금해서 구입했고. 한두달쯤 지나 읽고 있는 책.

앤은 이 엎친 데 덮친 망신에 울음을 터뜨렸다.

"냄새를 맡을 수가 없었어요, 감기에 걸렸거든요!"

이 말을 하고 앤은 자기 방으로 뛰어 올라가 침대에 엎드려 아무 위로도 받지 않겠다는 듯이 펑펑 울었다.

-238p

 

오오오 엎친 데 덮친 망신이라니...

감기에 걸렸다는 문장뒤의 느낌표라니...

그리고 앤은 펑펑 울었다. 솔직하다. 펑펑. 

 

뒤의 대사가 또 대단하다.

 

"오, 마릴라 아주머니, 전 씻을 수 없는 망신을 당했어요. 이제 전 이 마을에서 살 수가 없어요. 소문이 쫙 퍼질 거에요. 에이번리에선 뭐든 소문이 나니까요. 다이애나도 제게 케이크가 잘 구워졌냐고 물어 볼 텐데 사실대로 얘기해야 해요. 전 항상 케이크에 진통제를 넣어 맛을 낸 여자 아이라고 손가락질 받을 거에요.  길버......아니 학교 남자 애들도 두고두고 절 놀릴 거에요. 아, 마릴라 아주머니, 아주머니한테 기독교인의 동정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제게 내려가서 설거지하라고 말씀하지 마세요. 목사님과 사모님이 가신 다음에 할게요. 지금은 도저히 사모님 얼굴을 뵐 수가 없어요. 제가 독약을 먹이려 했다고 생각하실지도 몰라요. 린드 아주머니는 자기를 키워 준 은인을 독살하려던 고아를 아신다고 했어요. 하지만 진통제는 독약은 아니에요. 케이크에 넣어서는 안 되지만 먹어도 되는 거니까요. 사모님께 그렇게 말씀드려 주시지 않겠어요, 마릴라 아주머니?"

-238p~239p

 

펑펑 울면서, 더군다나 침대에 엎드려서 저런 긴 문장을 쉬지도 않고 말하다니. 하하하.

펑펑 우는 정신에. '기독교인의 동정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있는것도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라니. 아아아.

 

빨간머리 앤을 읽다보면 린드 아주머니는 참 대단한 분이다. 아는 것도 굉장히 많고, 어떤 경험을 하신 분이길래, 마을 각각의 집의 소소한 일들까지 모두 알고 있으며, 정치에서부터 베이킹 파우더의 생산까지 모르는 일들이 없으시다 하하하. 거기다가 '자기를 키워 준 은인을 독살하려던 고아' 도 아시는걸까.

 

정말정말 재미있는 책이다 하하하. 정말정말 유쾌한 책이다.

비록 조금전까지 앤은 펑펑 울었지만 말이다 하하

 

또 앤은 이런 꼬마다. (앤은 아직 어린 소녀이다. 왠지 앤에게만은 "꼬마"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앤은 어리더라도 절대 "소녀"라고 불러야만 할 것 같지만. 그래서 더더욱 "꼬마"라고 쓰고싶은 내  청개구리 마음같은 마음적인 마음. 하하 뭐래.)

 

"마릴라 아주머니, 내일은 아직 아무런 실수도 저지르지 않은 새날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겠죠?"

"넌 내일도 분명히 여러 가지 실수를 할 거다.  네가 실수를 안 하는 날을 못 봤으니까, 앤."

"그래요, 저도 잘 알아요. 하지만 한 가지 제게 다행인 점이 있다는 걸 모르셨어요, 마릴라 아주머니 전 같은 실수를 두 번씩 저지르지는 않아요."

앤이 쓸쓸히 말했다.

"네가 항상 새로운 실수를 저지르는 게 바람직한 일인지 잘 모르겠구나."

"모르세요, 마릴라 아주머니?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실수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어요. 제가 그 끝까지 간다면 전 더 이상 실수를 하지 않겠죠.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정말 편해요."

"그래, 지금 나가서 돼지한테 그 케이크를 갖다 주거라. 사람은 도저히 못 먹겠더구나, 제리 부트라도 말야."

-240p

 

정말, 이렇게 귀여운 꼬마를 보았나.

 

 

 

말실수에는 한계가 없는건지. 앤의 말처럼, 내가 아직 실수의 그 끝까지 가지 않은건지.

종종 하는 말실수(하지 않아도 되는 말도 포함,  한마디 덧붙인 문장이 하루내, 며칠내내 마음에 걸리는 것도 포함) 는 왜 아직까지도 "종종" 일어나는 건지.

 

말은 정말. 아끼고 또 아껴 내뱉어야지.

 

참, 사랑고백은 안아끼고. 듬뿍듬뿍. 해야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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