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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그 삶과 음악 ㅣ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6
스티븐 존슨 지음, 임선근 옮김 / 포노(PHONO) / 2011년 1월
평점 :
“나는 삼중으로 고향이 없다”고 말러가 말한 적이 있다. “오스트리아 안에서는 보헤미아인으로, 독일인 중에서는 오스트리아인으로, 세계 안에서는 유태인으로서. 어디에서도 이방인이고 환영받지 못한다.”
- p14 제1장 삼중의 이방인 중에서 -
니체의 사상은 죽음, 고통, 인생의 너무나도 종잡을 수 없는 잔혹함에 괴로워하며 그 모든 것에 담긴 뜻을 이해하려고 끊임없이 애쓰던 예술가의 마음을 분명 움직였을 것이다. '비극적'교향곡은 그러한 지속적인 노력의 음악적 표현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말러는 삶이 자신에게 떠안길 그 모든 짐에도 불구하고 니체의 '생의 긍정'을 음악을 통해 표현한 것이다.
- p144 제6장 행복한 가정과 비극적 교향곡 중에서 -
자기중심적, 자기극화 등 보편성을 배제한 예술적 성향의 외로운 음악가의 삶이 그려져 있다. 비판과 호평의 엇갈린 평에도 굴하기 보다 자기만의 세계에서 예술을 추구하는 모습이다.
깊이있게 클래식을 듣는 편은 아니지만 감동적인 곡을 반복해서 듣는 타입인데,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을 감상하면서 변화가 심한 날의 배를 타는 여행이 떠올랐다. 잠잠하던 파도가 화가난듯 높고 매섭게 치다가 잠잠해진다. 1cd의 교향곡 제5번 3악장을 감상했던 느낌이다. 책에 작가가 구성해낸 혼돈의 세계라는 설명도 나와 있고, 그의 삶과 작품의 이해를 돕는 곡의 표시도 있어 어렵지 않게 말러의 작품에 입문할수 있을것 같다.
낭만주의 작곡가, 오케스트라 지휘자, 이방인, 카리스마, 모던클래식 작곡기법의 선두자, 열정적 완벽주의자, 니체추종자 등 그를 지칭하는 단어들이 수도 없을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점점 더 그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 삶에서 사랑 외에도 서로의 예술에 교류와 영향을 끼치는 중요인물들을 만나게 되는 부분은 감동적이다.
예술가에게 성장과정이 작품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했음은 당연한 일로, 어린시절 병으로 앓던 동생의 죽음으로 부터 시작되었을 '죽음'이라는 트라우마는 그에게 충격이자, 인생과 작픔전반에 드리워진 무거운 장막처럼 느껴졌다.
지휘자로서의 명성을 얻기 까지의 긴 시간에도 그의 작품활동은 끊이지 않았는데 지루하고 다소 어둡고 무거운 암울함은 대중들에게는 외면 당하고 자존심 강한 그는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을지 예상되었다. 그럼에도 동생들을 부양하고 지휘자로서 입지를 굳히는 과정에서 또 얼마나 정신적으로 강한 사람인가를 알수 있다. 천재적 능력에도 정치, 종교적 성향(1897년 비엔나 오페라 감독직 관련, 로마카톨릭 교회로 개종) 등 그가 타협해야할 혹은 헤쳐나가야 했던 부분들이 많았고 그의 작품만큼이나 우울했던 기간이 길어져 뒤늦게 인정받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작년은 말러 탄생 150주년이고, 올해는 말러 서거 100주년이라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미완의 10번 교향곡을 남긴채, 51세의 나이로 생을 다할때까지 그를 따라다니던 혹평 혹은 비평의 극과 극의 반응, 템포의 지적과 그의 성향에 맞춘 고전 작품의 재해석이 근대음악 발전의 과도기에 행한 그의 업적의 결과로 남았다.
본격적으로 그의 작품을 감상할수있는 시간을 함께 가지면서 스케일이 크고 엄숙한 분위기에 마음을 편안히 다독여주는 느낌을 받았고, 책을 통해 한사람의 인간으로 그의 삶 내면에 드리운 염세적 성향에 짙은 연민을 느낄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