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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유성의 인연 1~2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유성의 인연 1-2]을 읽었다. 이미 2008년에 발표된 소설로 일본에서는 10부작의 드라마까지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이번에 재판본이 나오면서 읽게 되었다. 한동안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같은 감동을 주는 신작들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그래도 괜찮은 만족감을 주었다. 무엇보다도 술술 잘 읽혀나가는게 큰 강점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은 초등학생들인 큰형 고이치와 둘째 다이스케가 유성을 보러 몰래 집을 나서다가 막내 여동생 시즈나까지 동참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아쉽게도 날이 흐리고 비가 내려 유성을 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보니, 엄마와 아빠 모두 처참하게 살해된 이후이다. 양식당을 운영하며 세 아이를 키우던 부모님은 도대체 어떤 이유로 이런 끔찍한 일을 당하게 된 것일까? 이후 현장에 도착한 가시와바라와 하기무라 형사는 범인을 잡기 위해 분투하지만 결국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된다. 공소시효를 얼마 남기지 않은 14년이 지난 후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고이치와 다이스케와 시즈나는 어느덧 성인이 되어 새로운 일을 착수한다. 그들은 셋이 합심하여 부유한 이들의 돈을 뜯어내는 전문 사기꾼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일에서 손을 때기 전 마지막으로 가장 큰 작업을 하기로 한 대상은 유키나리라는 젊은 남자이다. 도가미 정이라는 큰 체인점을 운영하는 마사유키의 아들로 큰 건의 적임자였던 것이다. 시즈나는 유키나리를 유혹하여 커다란 다이아 반지를 받는 작업에 시작하지만, 유키나리가 새로 열게 된 양식당에서 하이라이스를 맛보고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눈물을 흘리게 된다. 왜냐하면 그 하이라이스는 바로 어릴적 아빠가 만들어준 그 하이라이스의 맛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기칠 대상이었던 유키나리는 어느덧 살인자의 아들이 아닐까 하는 추리가 시작된다. 과연 삼남매의 부모를 죽인 범인은 누구일까? 소설 속에 살인이 벌어진 장소가 양식당이고, 나중에 범인으로 추정되는 마사유키와 유키나리 부자가 운영하는 식당도 양식당이기에, 당연히 양식당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 양식당의 중요한 음식으로 하이라이스가 나오고 하이라이스는 범인을 잡기 위해 중요한 단서이기도 하다. 하이라이스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주 오래전에 보았던 일드 ‘런치의 여왕’이다. 한때 일드가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던 때라 그랬겠지만, 일본 사람들이 아주 환장하는 것 같은 하이라이스가 그 드라마의 소재였다. 그 드라마를 보면서 데미글라스 소스가 대체 얼마나 맛있는 것이길래 저렇게 드라마까지 만들어졌을까 무척이나 궁금했었다. 그냥 오므라이스의 한 종류가 아닌가 싶었는데, 일본 사람들은 하이라이스에 대한 나름대로의 자부심이 있는 것 같다. 이에 대해서 이 소설을 번역한 분이 뒤에서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일본에서 통용되는 ‘양식’이라는 명칭에 대해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양식’이라고 하면 서양에서 들어온 요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확히 말한다면 ‘서양풍의 일본 음식’이라는 말을 줄여서 쓴 것이라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이 소설의 중심 소재가 된 하이라이스는 얇게 썬 쇠고기와 양파를 버터에 볶에 레드 와인, 데미글라스 소스와 함께 오래도록 끓인 것을 밥에 얹어 먹는 요리. 일본에사 독자적으로 개발한 요리법으로,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대표적인 ‘일본 양식’의 하나이다. 일본의 ‘양식당’에서는 하이라이스 외에도 돈가스, 민스 커틀릿, 카레라이스 같은 메뉴가 등장한다. 모두가 서양풍의 맛일 뿐, 서양에 이것에 해당되는 요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돈가스를 포크커틀릿, 하이라이스를 ‘Hashed beef with Rice(밥과 함께하는 얇게 저민 고기)’라고 하는 것은 이른바 일본어의 잔재를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할까. 우리나라에서 한때 ‘경양식’이라는 것이 유행하였지만, 그것과도 의미가 다르다고 생각하여 원서 그대로 ‘양식당’이라고 번역하였음을 밝혀둔다.(310)”
“생각건대, 돌연한 사건으로 혈육을 잃은 유족, 그래도 어떻든 살아가야 하는 유족의 아픔은 이만큼 따스하고 부드럽고 그립고 다정하게 감싸주는 누군가의 사랑이 아니고서는 치유되지 못하는 것이리라. 끔찍한 사건의 피해자에게 무심코 던져지는 편견이나 무관심에 대해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지 이 소설을 통해 다시금 생각하는 기회가 되기를 작가는 간절히 바랐을 것이다.- 번역가의 말 (308)”
지금의 우리에게도 그런 사랑이 간절히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