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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고양이
김경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평점 :
김경 작가의 [남은 고양이]를 읽었다. 내가 좋아하는 김금희 작가가 인스타그램에 포스팅한 내용을 보고 오랜만에 만화가 보고 싶어졌다. 기본적인 플롯은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마찬가지로 화자인 고양이에게 의인화를 하여 스토리가 진행된다. 화자인 고양이는 현재의 상황이나 심리적 상태, 고양이의 의견들을 혼잣말처럼 내뱉지만 고양이의 주인인 인간은 고양이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단지, 냐옹, 미욤 등등 소리로만 들릴 뿐. 이번 작품에서의 주인공 고양이의 이름은 고선생이다. 고선생의 집사는 작가 오은수. 은수는 최근 고선생과 함께 지내온 고양이 이름은 고양이 무지개 다리를 건넌 후 극심한 슬픔에 빠져있다. 고선생은 은수가 시름에 빠져 있는 모습이 안쓰러워 어떻게 하면 은수에게 기운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까 고심한다. 은수의 상태가 좋지 않으니, 평소 은수의 영양분이 되어준 것들도 남겨지게 된다. 이름하여 남은 밥은 바비, 먹다 남은 사발면은 며니, 한 입 물고 만 빵은 앙꼬, 그리고 짝을 잃어버린 한 켤레의 양말 양마리. 이들은 고선생의 주도하에 ‘남존모’를 결성한다. 남은 존재들의 모임! 특별한 사건 없이 은수의 집 안에서만 벌어지는 남존모 회원들이 은수를 바라보며 일어나는 에피소드 들이지만, 고선생의 시선으로 인간의 삶에 대해서 생객해보게 된다. 만나고 밥먹고 얘기하고 웃고 울며 함께 지내온 정든 사람들과 시간의 순서만 다를 뿐 우리는 기약할 수 없는 헤어짐을 예상치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먼저 떠나는 이는 아쉬움과 미련을 남길지 모르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남겨진 자들의 슬픔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것이기에 또 다른 헤어짐에 대한 두려움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막막함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고선생이 인간의 말을 못하면서도 행동으로 그리고 남존모 회원들의 독려하여 은수를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게 만들어준 것처럼, 남겨진 이들에게 그런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
“저는 사랑하는 존재를 떠나보내고 남은 생을 살아내야 하는 이들의 고단함에 관해 때때로 생각하는데, 그런 생각을 고양이에 담아 ‘친구가 죽었다’로 시작해서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로 끝나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작가의 말 중에서 (4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