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들 I LOVE 그림책
므언 티 반 지음, 빅토 가이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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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 독서 중 만난 그림책 한권이 주는 묵직한 여운은 오래 나의

밤들을 빛내줄 것만 같았다.

"소원들 (므언 티 반 글, 보물창고 펴냄)"을 처음 만나곤 짙푸른 밤하늘

아래 반짝이는 바다를 유영하듯 떠가는 배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참으로 낭만적인 표지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배 안에 탄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춥고 외로워보였으며 주인공인 듯한 아이의 표정이 낭만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전한 곳, 험난한 여정, 꺼트릴 수 없는 소망의 불빛...

작가의 말을 먼저 읽어 보았다.

베트남에서 홍콩으로 이동해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야했던 작가의

경험에서 영감을 얻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만들어진 그림책이라

생각하니 읽기도 전에 마음이 시려왔다.

그때 혹은 지금 자유와 희망을 찾아 자신의 나라를 떠나는 난민들의

소원이 모두 이루어지길, 안전과 평온이 그들과 함께 하길 기도하며

주인공인 소녀를 따라 이야기 속으로 향했다.

고요한 밤을 소원하던 소녀는 짐을 꾸리며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인사를 전하며 잠에서 덜 깬 동생을 보며 소원한다.

제발 우리의 새로운 집을 찾기를.

마지막으로 할아버지와 인사를 나누며 이 시간이 좀 더 늦게 가기를

기도하며 작은 배를 향해 걷는다.

떠나는 사람들에 비해 배는 너무도 작고 형편없었다.

그저 폭풍우치는 바다가 자신들을 버리지 않고 건너 목적지에 닿기를

긴 여정으로 지친 마음이 더 이상 힘들지 않기를 소원한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그들은 그저 배 안에 앉아 자신들의 운명이 희망적

이기만을 바란다.

폭풍우와 뜨거움, 피로와 공포를 견뎌낸 그들은 드디어 안전하게 바다를

건널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자신들이 찾던 새로운 집에 도착한 모양이다.

난민들은 자신들의 목숨을 내놓고 미래를 위해 자녀를 위해 힘겨운

싸움을 한다.

어쩌면 낯선 곳에서 그들은 더 위험할지 모르지만, 소망의 불빛을

향해 오늘도 걷는 그들을 응원하고 평화가 그들과 함께 하길 기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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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힘이 세다 - 김시습의 금오신화 1218 보물창고 23
강숙인 지음, 김시습 원작 / 보물창고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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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날이 지나가고, 바람이 또 한숨 꺾여 청명한

느낌을 주는 날들이 이어져간다.

봄을 기다리는 밤들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불면이 나를 괴롭히고, 그런

괴롭힘에도 위안이 되는 건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월이 시작되며 만난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 교과에서 소개되었던 김시습의

금오신화를 쉽게 쓴 책이었다.

"이야기는 힘이 세다 - 김시습의 금오신화 (강숙인 지음, 보물창고 펴냄)"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선행과 설잠 스님의 만남부터 시작되며 시를 쓰고

싶은 선행이 설잠 스님에게 더 많은 시에 대한 가르침을 받고 싶지만

엉뚱하게 스님은 자신이 쓴 이야기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어보자 한다.

그렇게 첫 번째 이야기 만복사저포기 - 양생, 만복사에서 저포놀이를

하다. 로 선행의 독서가 시작된다.

만복사저포기에 이은 이생규장전 - 이생, 담 안을 엿보다. 첫 번째

이야기에 연속같다.

노총각이 귀신과 사랑을 하고 죽은 아내의 혼이나마 함께 하고파

하니 말이다.

그 다음 선녀와 밤새 시를 나누는 취유부벽정기 - 홍생, 흥에 취해

부벽정에서 노닐다. 로 이어지며 선행과 설잠 스님의 수업은

계속된다.

나머지 두 편의 이야기 남염부주지 - 박생, 염라대왕과 독대하다.

용궁부연록 - 한생, ㅇ용궁잔치에 초대되다. 는 환타지처럼 펼쳐지는

저승와 용궁에 대한 이야기로 우리의 현실과는 전혀 다른 세계는

넘나드며 펼쳐진다.

이야기를 읽는 내내 등장인물도 배경도 그 시대에 사람이 상상하여

지어낸 이야기가 맞는 건지 의문스럽기까지 했다.

아마 조선 전기 천재 문인인 김시습이 사회 부조리와 문인으로

문제점을 꼬집고 싶어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이용해 사회를

비판하고자 쓴 것인지도 모르겠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들, 환상과 현실오가며 그가 말하고픈 건

무엇이었을까?

그의 영특함과 뛰어난 글재주는 난을 일으켜 왕의 자리를 뺏고

차지하는 것을 보며 환멸을 느꼈을지 모른다.

"이야기를 짓는 동안 나를 돌아보면서 초심을 되찾았고 내 신념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했으니 말이다. 사람은 결국 자신의 신념대로

살 수 밖에 없고 그렇게 사는 게 행복한 법이다. 그게 가장 나다운

삶이고 또한 내가 쓸 수 있는 최선의 이야기지. 사람의 삶이란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나가는 과정인 거다. 잘 살아야만 제대로

된 이야기가 써지는 것이고. 내가 지금까지 제대로 된 내 이야기를

써왔다는 것을 알았기에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나답게 살아갈

작정이다. 먼 훗날 내 삶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누군가가 이 시대의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겠다고 나선다면, 내 삶이야말로 누군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

- p.234

누군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는 이야기, 그래서 이야기는

그 어떤 행동보다 힘이 센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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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상자 - 애도에 관한 책 I LOVE 그림책
조애너 롤랜드 지음, 테아 베이커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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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 독서는 그림책 읽기로 시작했다.

죽음, 슬픔, 이별.... 에 대한 이야기라는데 주제와 달리 표지와

제목이 너무 예뻐 마음에 드는 그림책이었다.

"기억 상자 (조애너 롤랜드 지음, 보물창고 펴냄)"는 <애도에 관한 책>

이라는 또 다른 제목이 붙어있다.

날아가는 풍선을 잡으려 손을 뻗은 소녀는 다른 한 손으로 메모리라고

쓴 상자를 꼭 잡고 있다.

마치 기억을 담아 잊지 않으려 잡아둔 것처럼.

소녀는 풍선과 이별 후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설명한다.

그리고 또 다른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살아가면서 우리에게는 수많은 이별이 있다. 그 대상이 사람이나 물건

또는 반려 동물일 수 있는데 그때 느끼는 감정은 남겨진 자가 짊어져야

할 무겁고 어두운 슬픔이다.

작가는 아이들이 죽음을 경험했을 때 감정을 해소하고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담담하게 설명한다.

상실이라는 감정에서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기억 상자를 만들어

즐거웠던 기억을 담아두며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갖는 이야기 속

소녀를 따라가다 보면

"당신을 잊을까 봐 두려웠어요, 하지만 그러지 않을 거예요."라는

문장과 만나게 된다.

나 역시 남겨진 이가 되었을 때 떠나간 이가 너무 빨리 잊혀질까

두려웠던 적이 있다.

그리고 몸이 기억하는 슬픔의 시간들이 아주 오래 나를 괴롭혀

잊혀질만하면 다시 떠오르는 슬픔을 겪어야 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하늘나라로 떠나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죽음을 마주했을 때 우리의 슬픔이 더욱 커진다.

이야기 속 소녀 역시 그것을 알기에 풍선을 잃었을 때와 달리 더 큰 슬픔을

느꼈는지 모른다.

소녀는 가족들과 함께 추억의 시간들을 정리해 차곡차곡 기억 상자를

채워간다.

그리고 소녀는 이제 기억 상자를 통해 슬픔을 극복하는 법을 찾은 듯하다.

기억 상자에 지금은 이 자리에 없는 가족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저장해두고

소녀는 다시 매일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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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스 Wow 그래픽노블
배리언 존슨 지음, 섀넌 라이트 그림,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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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이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밤, 굵은 비가 후둑후둑 쏟아지더니

기온이 뚝 떨어졌다. 이런 밤이면 위로가 되는 문장을 찾아 밤을

헤매는데 재미있고 귀여운 이야기를 만나 소개해보려고 한다.

그래픽노블 "트윈스 (배리언 존슨 지음, 보물창고 창고)"는 일란성 쌍둥이

자매 모린과 프랜신의 이야기이다.

중학생이 된 첫 날, 아빠는 모린과 프랜신을 오코노 중학교 앞에 내려주며

이런저런 중학교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프랜신은 말을 잘하는 아이고, 모린은 생각을 잘하는 아이다.

둘의 성향은 너무 다르지만, 항상 쌍둥이라는 공통점에 아이들의

개성을 묶어두려는 시선이 있다.

외모에서는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지만, 모린은 낯선 환경에 대한

부담감이 크고, 프랜신은 어느 장소든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할

줄 안다.

이전에는 두 아이가 같은 옷을 입고, 같은 헤어스타일은 하고,

같은 수업을 들으며 같은 이야기들로 즐거웠지만 중학교 입학

후로 둘 사이에는 묘한 다름이 존재하기 시작한다.

그 다름에서 일어나는 경쟁은 살벌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한 발 앞으로 나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전히 모린은 혼란스럽다. 프랜신의 변화가 당혹스럽고 프랜신과

함께 학년 회장 선거에 출마하지만 정작 자신이 원하는 것인지,

이 일로 프랜신과 더 멀어지는 건 아닌지 불안하고 전처럼 다정한

자매로 지낼 순 없는지 생각하게 된다.

쌍둥이는 외모 뿐 아니라 행동, 생각, 성격 등이 모두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쌍둥이는 비슷한 생김새 외에는 모두

다르다고 이야기하는 트윈스는 사춘기 아이들의 생각과 일상을

재미있게 보여준다.

결국 학년 회장 선거에서 모린이 패배하지만 무엇보다 열심이었던

모린의 모습을 떠올리며 프랜신은 왜 모린이 진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리고 두 아이의 치열한 경쟁은 서로의 다름을 수용하며 전처럼

가족으로 묶이는 힘이 된다.

모린과 프랜신은 이제 각자의 모습으로 성장해나갈 것이다.

누구의 동생 또는 누구의 언니로 불리는 쌍둥이 자매가 아닌

모린과 프랜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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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박물관 I LOVE 그림책
린 레이 퍼킨스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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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일월을 마무리 하며 재미있는 그림책을 만났다.

"모든 것의 박물관 (린 레이 퍼킨스 지음, 보물창고 펴냄)"이 바로

그 책인데 마치 놀이동산 같은 모습을 한 곳으로 자전거를 타고

향하는 소년이 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모양이다.

떨어진 꽃 한 송이, 마른 낙엽 하나도 전시가 되는 곳이 아마 소년이

상상하는 박물관인 것 같다.

우리가 생각하는 박물관은 무언가 거창하고 거대하며 누구도 갖고

있지 않은 것들이 가득하다.

그에 비해 소년의 박물관은 소박하고 뭐 저런 것도 전시를 할까?

싶은 것들도 소년의 눈에는 소중하고 커다란 무엇이다.

사람들 마음 속에는 자신만의 박물관이 하나씩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소년은 가장 작고 가장 평범한 것들을 관찰하며 하나씩 설명을

한다.

일상에서 쉽게 마주하는 것들을 하나씩 나열하며 설명하는 소년을

따라가다 보면 소년의 박물관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곳이

아니라 소년 자신의 추억을 기록하는 공간을 의미하는 것 같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소년은 누구보다 관찰력과 상상력이 뛰어난

친구이다.

마치 박물관의 큐레이터처럼 우리에게 자신의 박물관 전시품을

설명하는 소년은 자신의 수집품들이 굉장히 멋진 모양이다.

누군가에게는 별 것 아닌 것들이 또 누군가에게는 굉장한 것이

되기도 하는 우리의 삶에서 자신만의 박물관을 마음 속에 하나씩

만들어보는 건 어떨지.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내게 의미있고 소중한 것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찾아보고, 마음 속 나만의 박물관에 어떤 모습으로 전시하고

어떻게 설명할지 작품 설명집처럼 정리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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