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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같은 외출 ㅣ 미래의 고전 59
양인자 지음 / 푸른책들 / 2018년 2월
평점 :
겨울이 천천히 물러가는 2월 책 한 권을 만났다.

"가출 같은 외출 (양인자 지음, 푸른책들 펴냄)"이 그 책인데 가출이라는 단어가 주는
쓸쓸함에 나는 한동안 책을 펼치지 못했다.

뒷 표지에 "어쩌다 마음속이 이렇게 어두워진 걸까?"라는 물음을 받고서야 읽기
시작한 이야기.
나의 마음은 무엇때문에 이렇게 어두워진 건지 알고 싶은 마음에 조급함이 생겨났다.

짧은 이야기 여섯 편이 주는 묵직함... 그렇게 겨울과 이별하기로 하고, 독서 시작.

다양한 가족 형태가 있지만 남들과 다른 가족 형태를 감추려하는 아니 감출 수
밖에 없는 영주.
어쩔 수 없는 거짓말로 학교 생활을 이어가지만 영주는 항상 마음이 불편하다.
진짜는 나쁘다는 영주의 편견. 하지만 영주가 밝힌 진짜는 결코 나쁘지 않았다.
동생을 위해 돈을 모으기 위해 친구의 숙제까지 대신해주지만 돈을 받기는 쉽지가
않다.
잘못하다가는 돈을 빼앗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고민하는 상진이. 동생에게만은
가장 좋은 형이 되고 싶은 아이의 마음이 느껴졌다.
식당과 민박을 겸하는 주령이는 언제나 아빠와 엄마를 돕기에 정신이 없다.
눈덮인 동네, 사람들로 북적이는 식당 안에서 주령이는 언제나 외출을 꿈꾼다.
이번에는 주령이가 만나고픈 누군가를 만나러 긴 외출을 닮은 가출을 꿈꾼다.
언제나 자신을 하찮게 여기는 듯한 부모님의 마음을 알게 된 순간, 주령이의
꿈은 다음으로 미루어진다.
그날의 기억은 우리에게 때때로 아프게 다가온다.
부모에게서 오는 결핍은 언제나 아이들을 상처투성이로 만든다.
가난과 부재, 결핍... 은 누구나에게 상처로 다가온다. 그 상대가 아이면
어른보다 더 크게 와닿을 만한 예민한 부분이기에 동화를 읽는 내내 고개가
끄덕여지고, 부끄러워졌다.
편견은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상처를 만들어낸다.
책을 읽는 내내 타인의 상처를 들여다본 기분이 들어 우울했지만,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아이들 덕분에 나 역시 살아갈 힘을 얻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