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은 달콤하고 향기로우며 여유롭다.
알 수 없는 조급함과 두근거림에 가슴이 벅차고, 웃기와 울기를 반복했던
아련한 그때를 떠올리게 한 이야기를 만났다.
"플립(FLIPPED, 웬들린 밴 드라닌 지음, f펴냄)" 이 바로 그 이야기인데, 원작보다 영화로
대중에게 더 많은 인기를 끌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첫사랑... 입 밖으로 소리내는 것만으로도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는 소재라 책을 만나면서
부터 웃음이 비집고 나왔고, 이야기에 대한 내 호기심은 이미 최고치에 달했다.
첫눈에 반하다.
브라이스가 줄리네 앞집으로 이사온 날, 줄리는 첫눈에 반하고 말았다.
허나 브라이스는 톡. 톡. 어디선가 예고 없이 튀어나와 이런저런 참견을 하는 줄리가 반갑지
않다.
'도대체 이 아인 뭐지?'
솔직히 줄리는 새 이웃이 곧 생길 예정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이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브라이스를 보고 반한 줄리에 대해 브라이스의 누나 리네타는 벌써 눈치를 채고
있었다.
줄리의 온 신경을 브라이스를 향해 집중되어 있다.
그 후 줄리는 계속 브라이스를 향해 자신의 감정을 노출하고, 그런 줄리가 부담스러운
브라이스는 괜한 구실로 줄리를 피한다.
줄리와는 손잡기 조차 부끄러워하는 브라이스가 병약한 척하는 셸리와는 손잡기가
자연스럽다.
줄리는 어떻게 해서든 브라이스 곁에 머물고 싶어하고, 브라이스는 중학생이 되면
줄리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것은 브라이스의 착각이다.
플라터너스 나뭇가지에 앉아 브라이스를 향해 끝없는 관심을 표현하는 줄리에게서
벗어나긴 쉽지 않았다.
'줄리는 도대체 나에게 왜 이러는 걸까?'
어느 날 아침 줄리는 나무 위에서 브라이스를 불러댄다. 평소같지 않은 줄리의 외침에 다가가
보니 집주인이 나무를 베어버리라 명령했고, 인부들이 나무 근처로 다가서자 줄리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듯 소리를 지르며 브라이스에게 나무 위로 올라와달라고 했던 것.
솔직히 브라이스는 플라터너스 나무가 없어지길 바랬으므로 줄리의 외침을 무시하고
스쿨버스에 올라탄다.
나무가 사라진 걸 확인한 브라이스는 속이 시원할 것 같았는데 이상하게 허전하다.
줄리가 걱정되지만 그래서 전화라도 해보고 싶지만, 브라이스는 그러지 못한다.
줄리가 보이지 않는다.
항상 멍하니 한곳을 응시하던 외할아버지가 브라이스에게 줄리에 대해 이야기를
해달라고 한다.
신문 1면을 줄리가 장식했다나?
이제 줄리가 올라가 나를 괴롭히던 나무가 사라졌다. 그리고 줄리도 보이지 않는다.
스쿨버스에서도 만나지 못하는 줄리에게 신경이 쓰이지만 어쩐지 브라이스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다.
벽돌공이지만 그림을 그리는 줄리의 아빠는 줄리가 사랑했던 베어진 플라터너스 나무
대신 줄리의 플라터너스 나무를 그려준다.
이 그림으로 인해 줄리는 나뭇가지에 앉았던 시간의 의미를 깨닫는다.
줄리가 닭을 키운다. 그 닭이 낳은 알들을 줄리는 이웃에게 나누어준다. 물론 브라이스의
집에도 달걀을 가져다 주지만 껍질 속에 죽은 병아리가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브라이스는 달걀들을 버리고 개럿과 함께 줄리네 뒤뜰을 염탐한다. 이를 알게 된 줄리는
또 한 번 좌절한다.
두 아이는 계속 엇갈린 시선 속에서 자신의 입장을 내세운다. 누가 옳고, 옳지 않은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사소한 문제들로 상처만 만들어낼 뿐.
할아버지가 이상하다.
브라이스네 집으로 오신 1년 반 동안 자신에게 했던 말보다 단 몇 분동안 더 많은 말을
줄리에게 하는 할아버지가 한없이 낯설다.
그리고 달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브라이스를 당황케한다.
의욕도 없이 멍하니 어느 한곳만 응시하던 할아버진 이제 활기차다. 줄리와 함께
정원을 가꾸며.
줄리와 브라이스는 계속 엇갈린다.
그러다 플립!
"전에는 단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감정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나니 강해진 기분이 들었다. 행복했다.(중략) 개럿이
한 말 중에서 한가지는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랑에 빠졌다. 완벽하게."-p.245
브라이스의 플립은 좀 늦엇지만 완벽했다.
이제 두 아이의 엇갈린 시선이 마주할 시간이다.
"누구나 일생에서 단 한번 무지개 빛깔을 내는 사랑을 만난단다……."라는 브라이스에게
외할아버지가 했던 말처럼 첫눈에 반한 그때를 기억하는 줄리와 조금 늦게 감정을 느낀
브라이스는 지금 무지개 빛깔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