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안녕하니? 오늘의 청소년 문학 18
한정영 지음 / 다른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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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 내게도 꿈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때 나를 성장시키고 빛나던 기억들은 어느 순간 사치라는 생각이 들만큼 삶이

고단해졌다.

이유는 알 수 없다.

그저 어른들 틈에 끼어 어른 흉내를 내며 살아가는 동안 빛나던 그것들이 빛을 잃었고, 삶이

무미건조해졌으니까.

시들한 하루를 살아내고 또 다른 하루를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다른 이의 안부를 묻는

책 한 권을 만났다.

 

 

"너희는 안녕하니? (한정영 지음, 다음 펴냄)"

봄에 만난 책을 여름까지 끼고 다니며 나도 표지처럼 파란 꿈을 꾸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이들에게 심심하면 던지던 '넌 꿈이 뭐냐?', '뭐 될래?'....

정작 그 질문은 내게 던져야 했었는데.... 알고 보니 나는 답이 없는 어른이다.

 

 

책 표지와 마주할 때마다 누군가가 나에게 안녕하냐고 물을까 겁이 났다.

실상 나는 안녕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책을 쉽게 읽기 시작하지 못했다. 한참을 바라보며 고민하다 목차를 살펴봤는데

소제목이 자극적이다.

첫 장의 제목이 '믿음의 장례식'

'도대체 누구의 장례식일까?' 괜히 궁금해 조바심이 났다.

그리고 랩을 하는 아이 시우를 만났다.

시인인 아빠는 랩 따위나 하는 시우가 못마땅할 뿐이다. 아마도 시우가 꿈을 향해 발을

내딛는 순간, 사회와는 동떨어진다는 생각을 해서 그랬는지 모른다.

시우네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따라가던 중 뉴스 어느 구석에서 보았음직한 급식비에

대한 우리의 현실과 마주했고, 현실과 다름없는 그 이야기에 맥없이 화가 났다.

 

 

시우네 학교에서 일어나는 어처구니 없는 일 중 또 하나 자치 폴리스.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함이라는 교장의 발상 자체가 저급하다 생각하면서 아주 오래전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서도 이 비슷한 사례가 있었음을 떠올렸다.

아이들을 교실에 가두고 마치 사육하듯 대학 입학 여부로 등급을 매겼었던, 그래서 입학 후

한동안 나는 적응이 쉽지 않았다. 학교를 그만두겠다 말하던 내 모습이 떠올라 씁쓸했다.

그러나 시우는 그때 나보다 당찼다. 그래서 읽는 내내 대리만족같은 미묘한 감정에 휩쓸려 

그 아이를 무조건 응원부터 했다.

홀로 학교와 어른들 사이에서 방황하던 시우를 향해 손을 내민 피아노를 치고 싶은 민서,

어눌하고 성격 좋은 래호의 등장으로 시우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조금 더 알 수

있었다.

그 아이들은 크리크리 밴드고, 학교에서는 그 아이들을 문제아로 취급한다.

부모들은 그런 아이들이 혹여 세상으로 나가는 일에 문제가 생길까 조바심을 낸다.

 

 

이제 시우의 랩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입 속에서 웅얼거리던 랩이 아닌 듣고 보는

이들의 흥을 끄집어 내고, 가사에 공감하며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공연이 되기

위해 변화한다.

지금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야 할 문제들이 어떤 것인지 차근차근

가사를 써내려간다.

그런 가사 위에 선율과 비트를 입혀 가슴을 울리는 목소리를 낸다.

이제 시우의 랩은 그들의 공연은 어른들이 얘기하는 문제아들의 외침이 아닌  누군가를

대변하고, 또 누군가의 마음을 표현하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되었다.

 

 

"어릴 적 빛나는 별이었던 우리 그런데 지금은 왜 이렇게 아프지?"

마지막 장을 읽고 보게 된 질문에 나는 또 할 말이 없는 어른이 되었다.

내가 아픈 이유가 무언지 생각을 좀 해봐야할 것 같다.

답을 찾기 위해선 시우의 담임같은 윗집 흉아가 나도 필요하다.

아직 내 속에 있을지 모를 빛나는 별을 찾고 싶다.

아직 거기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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