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실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80
이나영 지음, 이수희 그림 / 시공주니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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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봄이 짙어지고 있지만 가슴까지 한기가 느껴지던 4월에 만난

책 한 권.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뜨거운 덩어리가 울컥 가슴 언저리를 맴돌았다.

차마 책을 펼쳐 읽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몇 년 전 내 가슴에 붉은 덩어리 하나를 심어두고 끝났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우아한 거짓말"이 떠올라서였다.

이 책을 읽으며 천지를 만날까봐, 만지와 또 다른 화연이를 만나게 될까봐

겁이 났다.

 

"붉은 실 (이나영 지음, 시공주니어 펴냄)"의 첫 인상은 나았지만 아직 통증이

느껴지는 상흔같았다.

망설이며 내려다 본 표지 속 세 사람은 내 우려와 달리 따스한 느낌이다.

'읽어 봐? 조금 더 기다려?'

며칠을 고민한 끝에 책을 읽기 시작했고, 통증이 느껴지는 상흔과 달리 따스한

이야기라 마음이 놓였다.

아리아드네 뜨개방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각각 다른 결핍으로 고민하는

은별, 민서, 강우의 사연이 소개된다.

뜨개방 주인의 딸인 뚱스 멤버 은별이는 재혼 가정의 아이로 엄마의 임신이

당연하면서도 고민스러워 또 다른 뚱스 멤버 민서와 사이가 서먹해진다.

항상 바쁜 부모님 덕분에 요리를 하는 민서는 은별과 서먹해진 사이가 고민스럽고

학교 폭력 가해자로 몰려버린 강우는 1등만은 원하는 아빠의 바램과 달리 섬세하고

감성적인 자신을 찾으려 애쓴다.

은별이의 새엄마는 은별이와 친구같은 모녀 사이고, 동생이 태어나도 사실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친엄마가 완성하지 못하고 남겨둔 붉은 실로 짠 조끼를 마주하며 자신의 자리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돌봄을 받고 싶지만 맞벌이 부모를 둔 민서는 어느 새 가정 주부같은 모습으로 학원에서

돌아와 찌개를 끓이고 밥을 하지만 민서가 진정 원하는 건 엄마의 밥상 그 따스함이

아닌가 싶다.

누군가를 누르고 짓밟아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아빠의 말. 무언의 압렵들이 섬세한

강우의 가슴을 짓누르고 아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겁을 낸다.

결국 강우는 아빠를 향해 시원하게 가슴 속 응어리를 토해낸다.

이렇게 세 아이는 조금씩 성장하고, 조금씩 아파한다.

이제 세 아이는 뜨개방에서 간식을 나누어 먹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낼

것이다.

완성하지 못한 붉은 실로 짠 조끼를 완성시킨 은별이가 조끼의 주인은 자신이 아닌

태어날 동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

 

이 책은 초등 고학년과 함께 읽으며 세 아이의 결핍과 고민 해결법에 대한 이야기와

새엄마에 대한 편견이 담긴 이야기를 찾아 현실과 어떻게 다른지 이야기해보고,

책 속에 등장하는 신생아 살리기 모자뜨기 체험을 함께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인연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는 서로를 잇는 붉은 실이 있다고 한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세 아이 그리고 그 가족들이 그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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