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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믿음이 담긴 우리 민속 신앙 ㅣ 한눈에 펼쳐 보는 전통문화 28
정재은 지음, 지문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4년 2월
평점 :
어릴적 여름 밤이면 외할머니는 누워 있는 내 곁에 앉아 연신 부채질을 해주며
우물가에서 누가 만났다던 도깨비 이야기나 산 넘을 때 어느 할머니가 만난 호랑이
이야기를 아주 낮은 목소리로 시작하셨다.
그럼 나는 '아, 흑, 허~'라는 추임새를 넣으며 듣고 또 듣곤 했다.
그리고 내가 배탈이라도 나면 밭 저 편에 사는 쪽머리를 한 키가 작은 고모 할머니라
불리우는 무당네 데리고 가 서쪽으로 뻗은 복숭아 열매나 누구네 집 제사밥을 얻어다
먹이라는 황당한 지령을 받아 마치 의식이라도 치루듯 먹였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일요일 아침이면 나를 엄마의 당부대로 교회에 데려다줬던 것.
생각해보니 우리 외할머니는 세상의 모든 신을 믿고 의지했던게 아닌가 싶다.
이런 추억을 더듬을 무렵 내가 만난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가 있다.

"소박한 믿음이 담긴 우리 민속 신앙 (정재은 글, 지문 그림, 주니어RHK 펴냄)" 이
바로 그것이다.
불교 문화를 피운 고려의 이야기는 익히 한국사 시간에 들어 알고 있었으나 민속 신앙, 우리
조상들이 믿고 의지하던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자세하고, 재미있게 풀어낸 책은 만나
보지 못해 제목부터 관심이 갔다.
표지 그림을 보며 '아... 나도 본 풍경인데...'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저 장면.
사극이나 오래전 전설의 고향에서 자주 등장하던 저 장면이 우리 모두에게는 참 익숙하지
싶다.
주인공 난이를 통해 도깨비 장난이나 집을 지키는 가신, 북두칠성을 믿는 칠성 신앙 그리고
사극에 언제나 공식처럼 등장하는 서낭당, 비가 내리지 않을 때 모두의 기원을 담은 기우제,
묘나 집을 지을 때 명당을 찾던 조상들의 신앙과 점을 치거나 굿을 하던 무당의 이야기,
백성을 위험에서 구하던 미륵불까지 다양한 민속 신앙을 난이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레 풀어
나갔다.
동생 석구를 업고 집안 일을 하는 난이, 사라진 감자와 짚신을 찾으며 도깨비 장난이 아닐까
무서워 하지만 그것은 현이 도령의 짓이었다. 역병에 걸린 줄 알고 난이를 약초 움막에
보내지만 난이는 부모님이 야속하기만 하다. 석구에게 병을 옮길까 자신을 버린 것만
같아서.
하지만 난이는 거기서 현이 도령을 만나고 아픈 현이 도령을 위해 그리고 자신이 빨리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산신령께 빌고 또 빌어본다. 아버지가 길을 떠날 땐 서낭당에서
아버지의 무사 귀환을 빌고 비가 내리지 않자 마을에서는 기우제 굿을 통해 비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낸다.

어딘가를 누군가를 향한 간절한 바람. 정상을 다한 그 바람으로 우리는 지금까지 잘 견디고
버텨온 것이 아닌가 싶다.
난이네와 마을 사람들의 생활로 민속 신앙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이 책은
초등 고학년 이상과 함께 읽으며 불교 중심 고려와 유교 중심인 조선의 차이를 이해하고,
의학과 과학이발달하지 못했던 그 시대에 우리가 믿고 의지했던 것들에 대한 내용을 표로
정리해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