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세상 맑은 말 - 정민 교수가 가려 엮은 명청 시대 아포리즘
정민 지음 / 해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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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뜸과 동시에 '아, 스트레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 이어진다.

무언가 내 속에 쌓인 분노를 풀 상대가 필요해 종종 타인의 말에 불같이

화를 내거나 눈물을 보이기 일쑤라 혹여 내가 우울증이나 분노 조절

장애가 아닌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비단 이런 상황이 이어지는 게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우울이 쌓이고 그로 인해 몸에 이상 증상이 이어지면서 알 수 없는 인생의

답을 찾고자 독서에 집중했고, 그러던 중 마음을 다스릴 만한 책 한 권을 만났다.

 

"흐린 세상 맑은 말 (정민 엮고 지음, 해냄 펴냄)"이 바로 그 책인데 표지를 보고 너무 어렵거나

동떨어진 이야기를 할까 겁부터 났다.

나는 명청 시대 아포리즘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그런데 책을 펴고 읽기 시작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를 괴롭히고 아프게 하는 건 나의 욕심 때문인가?'

 

"빛나고 좋은 것은 저 혼자서만 차지하고 나쁘고 추한 것은 남에게 떠넘긴다.

..... 어디서나 없어서는 안 될 필요한 존재가 되어야 하지만 빛을 감추어 자신을

낮출 때 그 자리가 더욱 빛난다. 좋은 것은 남과 함께, 나쁜 것은 자신과 함께."

-p.102

이 부분을 읽으며 혼자 끄덕끄덕. 내가 반대로 살아왔구나 싶어 괜히 뜨끔해졌다.

나는 아마도 좋은 것은 나와 함께, 나쁜 것은 남과 함께로 살아왔는지 모른다.

내가 필요한 곳에서 언제나 나만 빛나야 한다는 헛된 욕심으로 나 자신을 괴롭히며

끈임없이 채찍질을 해댔다.

그것이 독이 되어 결국 길고 오랜 길을 걸어야 하는 때에 풀썩 주저앉아 왜 내게만

인생이 이리 팍팍하냐며 울부짖었다.

나의 헛된 욕심 때문에.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보다 내게 약이 되는 말을 하는 이에게 나를 시기하기

때문이라 모진 말을 해대며 귀를 막고 살면서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스스로 가두고

내가 정한 테두리 안에서 꺼내지 않으려 했다.

어쩌면 나의 외로움은 나 스스로 만든 감옥같은 건지도 모르겠다.

 

 

우회와 느림 그리고 마음을 열어 맑은 말이 근심이나 걱정보다는 희망을 꿈꾸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책을 읽으며 잠시나마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어 행복했다.

곁에 두고 마음이 어지럽고 아플 때마다 꺼내 읽으며 나를 위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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