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샘과 시바클럽 시공 청소년 문학
한정영 지음 / 시공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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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가고 우울한 가을이 시작되었다.

밤은 길어지는데 나는 생각이 많은 밤이 그다지 반갑지 않다.

... '우울을 몰아낼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하다.'

 

한때 올림픽 금메달을 따겠다는 태권 소년 태극은 엄마의 가출, 아빠의 부상 그리고 빚쟁이

들의 등장으로 태권 소년 대신 비행 소년이 되기로 결심한 것 같다.

뭐든 삐딱하게 나오는 녀석은 돈만 주면 무슨 일이든 처리하는 해결사가 되고 그런 태극의

변화는 미소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그 보다 더 믿을 수 없는 건 영어인지 외계어인지 헷갈리는 발음으로 아이들에게 수업을

하는 짝퉁샘이 태극이의 편에 선다는 것이 더욱 미스테리다.

그래서 미소는 태극이와 짝퉁샘의 뒤를 캐기 위해 시바클럽을 결성한다.

회원이 달랑 셋 뿐인 시바클럽은 어느 날은 씨발클럽이 되고 또 어떤 날은 씨팔클럽이

되기도 한다.

 

 

태극이의 뒤를 쫓지만 딱히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결과물만 만들어 내고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 중에 미소가 도둑으로 몰리는 헤프닝이 벌어진다.

이 모든 일 중심에 태극이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진실을 밝히긴 너무 어렵다.

시바클럽 아이들이 짝퉁샘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선생님의 집을 방문하지만 알수 없는 그러나

누군가와 닮은 사진만 확인할 뿐 별다른 소득이 없다.

미소 아빠 장셰프를 찾아 온 태극이 아빠의 술주정을 들으며 태극이의 변화를 조금씩 이해하는

미소에게 태극이에 대한 결정적인 이야기를 보태는 본오.

그 아이의 설명에 모든 상황이 이해된 미소는 시바클럽을 호출해 태극이와 돈 때문에 붙잡혀

식당일을 하는 태극이 엄마를 구출한다.

 

 

구출 작전에서 가장 큰 활약을 한 건 다림이였다.

형이 아끼는 총까지 훔쳐와 식당 주인과 주방장을 따돌리는 다림이의 활약 부분을 읽으며

그 어떤 전쟁터 보다 치열했다는 것을 느끼곤 새삼 녀석이 대견하기까지 했다.

이제 시바클럽은 해체를 해도 될 만큼 태극이는 변했다. 비록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지만

다시 금메달의 꿈을 키우며 태권 도장에 나왔고 미소와 겨루기를 하는 내내 미소에게 사과하는

녀석은 예전처럼 웃음을 되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다름과 틀림에 대해 항상 이야기를 하면서도 종종 외모가 혹은 말투가 그것도 아님 성향이

다르다고 틀린 아이로 취급하여 따돌림의 대상이 되는 예를 종종 마주한다.

그런데 그런 잣대를 만든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이다.

"앉기는 뭘 앉아요? 그 아이 이름이 뭐랬더라? 태국인가, 필리핀인가?

.

태극이요. 애 엄마가 베트남 사람이랬어요. 무료 급식을 받는 애라죠?" - p.12

교무실도 들이닥친 일명 피해자의 엄마들이 내뱉은 이 말이 거슬리고 아팠다.

아이의 잘못을 따지러 온 마당에 그 아이가 어느 나라 부모를 두었는지, 급식을 먹을 때 돈을

지불하는지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데 부러 아프고 쓰린 말로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싶어하는

집사님스러운 엄마와 붉은 입술 엄마가 얄미워 죽을 것만 같았다.

돈이 필요한 태극이에게 자신들이 하지 못할 하기 싫은 일을 맡기며 돈을 지급한 자신의

아이들에게는 잘못이 없다 말할 수 있는지 묻고 싶었다.

​이제 태극이와 월남전에서 남긴 자신의 핏줄, 태극이와 닮은 그 아이를 버렸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짝퉁샘이 행복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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