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함께 떠나버려
아녜스 르디그 지음, 장소미 옮김 / 푸른숲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가을이 시작될 무렵, 이 책을 만났다.

"그와 함께 떠나버려 (아녜스 르디그 장편소설, 장소미 옮김, 푸른숲 펴냄)"

 

 

반짝이는 별과 날개 그리고 제목이 주는 단호함에 나는 이 책을 읽어야할지 고민했다.

막상 읽고 나서 나 역시 누군가와 떠나버리고 싶을까봐.

"우리는 더러 우리 안에서,

깊은 상처의 어둠 속에서,

빛을 위해

싸울 힘을 얻는다.

존중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그것을 깨닫고 도망치는 것은

실패도 패배도 아닌

위대한, 아주 위대한 승리다."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적힌 이 문구가 나의 고민이나 망설임을 잠재웠다.

승리를 위해 읽어 보자는 생각에 사로잡힌 채 이야기 속으로 들어갔다.

간호사인 줄리에트와 소방관 로미오의 만남은 어쩐지 예사롭지 않다.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오직 홀로 남을 바네사를 걱정하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로미오에게

따끔하지만 따뜻한 말을 아끼지 않는 줄리에트는 아이를 원하지만 남편 로랑이 협조적이지 않다.

파트너 간호사인 기욤이 만들어 오는 달콤하고 따뜻한 쿠키나 케이크가 때때로 그녀를 위로한다.

폭력에 가까운 로랑과 잠자리도 말루 할머니의 충고도 그녀에겐 아무런 느낌이 없다.

단지 이 생활에 아이가 끼어 들어 완벽한 조화를 이루기를 바랄 뿐.

로미오는 미성년자인 바네사를 위해 이를 악물고 재활에 힘쓰고, 줄리에트를 향해 가는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쓰지만 그녀의 남편 루랑에게 이 사실이 발각되며 연락이 끊긴다.

3년 후 바네사와 로미오는 한 집에서 전보다 더 행복하게 지내고, 줄리에트는 어렵게 아이를

갖게 된다. 하지만 루랑의 폭행으로 인해 정신을 반쯤 내려놓은 그녀의 외출은 피할 수 없는

사고와 이어진다. 줄리에트는 어렵게 임신한 아이를 잃는다.

그리고 그녀가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웠던 시간을 향해 떠난다.

바네사는 자신의 존재를 무분별한 섹스로 확인했고 그로 인해 임신과 유산 경험이 있다.

오빠의 사고로 기욤을 알게 되고 그 후로 기욤의 연인이 되어 존중과 사랑에 대한 것들을

알아가고 있다. 줄리에트의 소식을 들은 바네사는 오빠에게 그녀를 찾아 떠나라 말한다.

줄리에트는 알렉상드르와 바베트를 만나 위안을 얻고 다시 일어설 힘을 되찾는다.

그리고 자신을 찾아 먼 길을 와준 로미오와 만난다.

 

 

 

그리고 자신을 찾아 올 수 있게 도와준 이가 다름 아닌 말루 할머니라는 설명을 듣게 된다.

"불행 중에 행복이 있기 때문이에요."

로미오가 요양원에 있는 말루 할머니에게 줄리에트의 소식을 전하며 그녀를 찾고 싶다는

내색을 했을 때 말루 할머니는 이런 말을 로미오에게 한다.

줄리에트가 로미오가 결단을 내리기를 바라며.

결국 로랑과는 이별을 로미오와는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는 줄리에트는 할머니의 편지같은

유서를 통해 왜 할머니가 로랑을 싫어했는지 줄리에트를 걱정했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이제 그렇게 살아가지만, 우리 삶의 많은 일들이 우리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받아 들이기 힘들면서도 이견의 여지가 없는 이치에 수긍한다. 만남, 사랑, 기회, 잠시

동안의 헤어짐과 영원한 이별, 소소한 기쁨과 커다란 고통, 작은 아픔과 커다란 기쁨,

각자 능력 껏 이것들을 통제하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운명이 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 p.404

말루 할머니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줄리에트의 이야기를 읽으며 운명에 대한 생각을

해보았다.

책표지의 말처럼 운명의 리셋 버튼을 눌러 내게 주어진 환경과 나의 노력에 대해

고민을 하며. 결혼을 앞둔 자신에게 쓰는 바네사의 마지막 편지에는 자명함과 존중의

단어 풀이와 이 두 단어가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이야기한다.

이제 그녀는 자신이 가는 길에 대해 알고 있다.

'그와 함께 떠나버려'라는 말은 결코 줄리에트나 바네사에게만 허용되는 말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각자에게 주어진 길을 현명하고 자신있게 때때로 넘어지고 다쳐도 최선을

다해 걸어갈 수 있도록 응원하는 말이다.

 

그와 함께 떠나버려.

그녀와 함께 떠나버려.

그게 내게 주어진 운명이라면 누구의 방식이 아닌 내 방식대로 해석하고 적절하게 삶에

적용하며 그렇게 떠나버려.

서로를 잇는 무지개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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