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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
히가시다 나오키 지음, 김난주 옮김 / 흐름출판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나는 종종 멈칫한다.
'나는 과연 행복한 사람인가?' 이렇게 묻고는 한참을 그 답을 찾지 못한다.
그래서 누군가의 행복 이야기가 절실하게 필요했다.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 (히가시다 나오키 지음, 김난주 옮김, 흐름출판 펴냄)"는
행복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는 나에게 잔잔한 감동과 깨달음을 선물한 이야기다.

자폐증을 앓는 작가가 바라보는 일상과 사고는 놀랍도록 지혜롭고 세심했다.
"나는 당신이 얼마나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기 바랍니다."
이 말에서 느껴지는 안도와 위로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묵직했다.
스물세 살의 자폐인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작가는 자신의 눈으로 보는 세상과 거기서 느껴지는
감정을 차분하게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글을 읽으며 나와 우리의 눈에는 다르고, 이상해 보이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괜히 부끄러워졌다.
"사람은 누구든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고 있지 않을까요. 그 상처가 이내 낫는 사람도 있겠지만
시간이 흘러도 아물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처럼 어둠 속에서 계속해 비명을 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일까요. 아마도 사람의 마음이 모호하고, 언제나
변화하기 때문이겠지요. 마음은 조금도 나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고민하고 있을 때조차도 나는
내 마음에 휘둘리고 맙니다." - p.19
<찌를 듯한 시선>이라는 소제목을 가진 글을 읽다 나 역시 내 마음의 상처로, 상처받은 마음에
휘둘려 내가 원하고 가야할 길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사람에 따라 상처가 아무는 시간은 분명 다르다.
그런데 나는 그 다름을 인정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나와 다른 누구는 나와 같은 상처를 입고도 벌써 일어나 웃고 떠든다고 조바심을 내던 내 모습이
떠올라 같은 문장을 읽고 또 읽었다.

자신을 고장난 로봇같다 말하는 작가는 한없이 자유로운 자신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내용 중간중간 인터뷰가 담겨져 있는데, 자폐를 앓는 작가의 모습을 편집부가 자택에 방문해
질문과 답 그리고 그의 행동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인터뷰 중 자유롭게 움직이는 그지만, 그 안에 분명한 규칙이 있는 것 같았다.
말하고 움직이는 사이, 대답하고 멈추는 사이마다 그의 규칙이 엿보인다.
"주어진 운명에 맞설 수 있다면, 자신을 좀 더 좋아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을 살아갈 그 사람의 의욕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p.56
주어진 운명에 맞서다... 그 용기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주어진 환경이 이래서, 내게 허락된 조건이 이래서... 라는 핑계로
혹여 나 자신을 괴롭히는 건 정작 내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의욕.... 내 삶을 행복하게 즐기고 유지하기 위한 의욕이 내겐 얼마나 있는 걸까?
"인생이란 긴 여행 같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하나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작가라서 그렇게 느껴는지도 모르겠군요. 이야기에는 반드시 끝이 있습니다.
이야기가 비극으로 끝날지 행복한 결말로 마무리될지, 그것은 작가밖에 모릅니다."
- p.161
소풍, 여행, 연극... 다양한 연상 단어들로 인생을 정의하는데 작가는 하나의 이야기라
정의한다.
결국 내 인생을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동안 과정에 해당하는 스토리를 만들고 채우는
건 나 자신이라는 것.
행복도 불행도 그 끝은 반드시 있다는 것....
이야기를 다 읽고 제목처럼 나도 괜찮은 사람이라 말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
어쩌면 나는 아직 괜찮은 사람이 아닌지도 모른다.
단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일 뿐.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당신은 행복하다는 그의 말에 마음이 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