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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쟁이 엄마 ㅣ 명작동화 보물창고 1
이태준 지음, 원유미 그림 / 보물창고 / 2015년 4월
평점 :
봄이다. 할머니의 '옛날에 말이다.'로 시작하는 옛이야기가 그리워지는 밤은
달달한 봄향기로 가득하다.
나를 아련한 추억의 날들로 데려가기 좋은 조건을 갖추었다.
그러나 내게는 지금 할머니가 계시지 않는다.
그저 글을 읽을 줄 아는 어른의 모습만 갖춘 낯선 여자 어른이 나를 마주할 뿐.
그런 나를 유년의 어느 밤으로 데려가 줄 책을 만났다.

"몰라쟁이 엄마 (이태준 지음, 원유미 그림, 보물창고 펴냄)"는 어릴적 할머니, 엄마에게
듣던 우리의 이야기를 다시 만나는 기분이 들게 하는 책이다.
모두 7편의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은 어린 수문장을 시작으로 몰라쟁이 엄마, 슬픈 명일 추석,
엄마 마중, 꽃 장수, 슬퍼하는 나무, 물고기 이야기로 끝이 난다.
어린 수문장은 아버지가 계시지 않는 집에 누이동생과 엄마만 남기고 집을 떠나는 나의 이야
기로 펼쳐진다. 나를 대신해 우리 집을 엄마와 누이동생을 지켜줄 강아지 한 마리를 얻어오지만
첫 날 밤, 강아지는 집 밖으로 나가 그만 죽고 만다. 아마도 어미를 찾아나선 길이 아니었나 싶다.
강아지를 지켜내지 못한 나를 본 어미는 나를 원망하듯 짖는 것 같다.

몰라쟁이 엄마는 노마와 엄마의 대화로 세상 모든 것을 다 아는 듯 엄마는 무심하게 노마의
질문에 답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항상 '몰라'로 끝맺음을 한다. 그것도 모르면서 하며
노마는 떼를 쓰지만 결국 또 다른 질문을 해대며 엄마 옆을 맴돌 것이다.
내가 엄마한테 그랬던 것처럼.
슬픈 명일 추석을 읽는 내내 나는 가슴이 저렸다. 작은 집에 얹혀 사는 을손이와 정손이는
다른 날들 보다 명일(추석이나 설 명절)이 더 아프고, 배고프다.
작은 엄마의 매질을 피해 엄마 산소에 찾아 간 남매는 깊은 밤까지 집에 들어가지 못한다.
결국 잠이 든 정손이를 두고 몰래 집으로 가 음식을 가져 온 을손이는 정손이가 없어진 것을
알고 늑대가 사는 산 속으로 정손이를 찾아 들어간다. 늑대가 자신을 해칠 것을 알면서도.
엄마 마중 속 아이는 참으로 귀엽다. 전차가 올 때마다 엄마를 찾는 아이. 차장이 알려준대로
추운 날 코가 빨갛게 언 아이는 한 구석에 꼼짝않고 서서 엄마를 기다린다.
꽃장수에 등장하는 아이눈 봄꽃을 닮았을 것 같다. 꽃 장수가 모든 꽃을 키워내는 줄 알았는데
모든 식물을 키워내는 건 땅이라는 엄마의 설명에 아이는 잠시 멍해진다.
예쁘고, 맛있는 푸성귀를 키우는 땅.... 아이는 그 사실을 알고 혹시 실망했을까?
슬퍼하는 나무는 아이와 나무의 대화로 이루어졌다. 나무에 튼 새 둥지에서 알을 꺼내고 싶은
아이에게 나무는 조금 더 조금 더 있다 꺼내라고 말을 한다. 결국 새는 모두 날아가 버리고
아이는 나무에게 화를 낸다. 어쩌면 나무는 외로워 아이를 붙잡고 싶은 마음에 시간을 끌었을
지도 모르는데.
마지막 물고기 이야기는 물고기들이 서로 얘기를 나누며 벌어지는 소동으로 각각에 모습을
갖추는데 있었던 이야기가 소개된다. 뺨에 붉은 점이 박힌 청어, 두 눈이 몰려 붙은 가자미,
입이 커진 대구의 생김새를 설명하며 선생님의 말을 잘 듣자는 결론을 내린 이 이야기는
몰라쟁이 엄마 중 그나마 웃음을 주는 이야기였다.
짧지만 가슴 뭉클한 이야기가 가득 담긴 몰라쟁이 엄마는 초등 중학년 이상과 함께 읽으며
엄마와 나의 대화 살펴보기, 주인공에게 편지쓰기, 식물도감 함께 살펴보고 식물을 성장에
대해 알아보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나 역시 어릴적 엄마를 몰라쟁이라 생각한 적이 있었는지 모른다. 엄마가 엄마의 엄마에게
그랬듯이.
가슴 뭉클하고 따뜻한 이야기로 봄이 짙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