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 영혼이 향기로웠던 날들, 돌아갈 수 없는 시간으로 안내하는 마법
필립 클로델 지음, 심하은 옮김 / 샘터사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누구나 사는 내내 기억되는 냄새가 있다.

그것이 사랑이든 추억이든 슬픔이든.... 그리운 날 중 어느 하루처럼

문득 그 냄새가 훅하니 기억 속에서 떠오른다.

최근 나는 기억에 대한 냄새를 이야기하는 책  "향기 (필립 클로델 지음,

심하은 옮김, 샘터 펴냄)"를 읽게 되었다.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나는 내가 기억하는 향기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작가는 어릴적 부엌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엄마의 음식 속 향이나 가족들

에게서 느껴지는 냄새들 그리고 담배나 호텔 등 다양한 물건이나 공간에서 나는

냄새들에 대한 추억을 끄집어낸다.

 

"두 뺨은 묘하게 매끄러우면서 연해졌다.

전혀 남자답지 않고 부드럽다.

면도와 녹색 물, 성숙한 남성의 기적.

아버지는 다시 아기가 되었다." - <애프터셰이브> p.28

 

어릴적 아빠에 대한 기억 중 하나, 가끔 아빠는 수염이 돋은 얼굴을 나와 동생들에게

부비며 우리가 따갑다며 소리를 치고 뛰어다니는 걸 웃으며 보던 것이다.

그땐 아빠의 그 장난이 참 싫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아빠는 우리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그렇게 하셨던 것 같다.

아빠 역시 면도 후 초록병에 담긴 애프터셰이브를 소리나게 바르셨다. 멘톨향이 강해

그런지 굉장히 시원한 향이 나곤 했는데, 내가 어른이 된 후 아빠의 애프터셰이브 냄새를

맡아 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나의 기억 속에 아빠의 젊은 날은 그렇게 따갑고 시원하게 기억되는 것 같다.

 

작가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소재나 배경에서 느껴지는 각각의 냄새를 기억에서 찾아내어

조근조근 설명하며 읽는 이 역시 자신의 기억 속 냄새들을 찾는 시간을 제공한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돌아가신 외할머니와 관련된 향기를 쫓느라 분주했다.

들기름으로 바삭하게 구워낸 김, 비가 내리는 날이면 부쳐주시던 부침개, 밭에서 돌아

온 할머니의 손에서 나던 흙냄새, 뒤뜰에서 아침마다 따주시던 딸기에서 나던 상큼하고

달콤한 향... 그리고 외출 때마다 입으시던 옥색 치마저고리에서 나던 묘한 옷감의 냄새

까지 마치 어제 맡았던 냄새인듯 기억이 났다.

누구나 독특하게 기억되는 향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내가 가장 평온하고,

즐거웠던 시절의 향을 기억해냈는지도 모른다.

아주 가끔 이 책을 꺼내 읽을 것만 같다.

그리운 날들을 기억해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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