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4.10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추석이 지나고 나자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분다.
여름내 지쳤던 마음에 도도하면서도 포근한 가을 냄새를 가득 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2014년 가을을 가장 먼저 느끼게 해준 "샘터 10월호 온누리달"이야기로
나는 도도하며 포근한 가을과 마주했다.

 

 

표지 속 세 사람은 같은 방향으로 몸으로 기울이고 있다.
떨어지는 나뭇잎의 소리를 들으려듯.
셋 다 표정이 밝은 걸 보니 행복한 소리를 들은 모양이다.
항상 근심과 걱정에 잠겨 나는 내 삶이 누구보다 우울하다 생각했었다.
그런데 샘터 10월호 속 글귀로 그 우울함이 반으로 줄었다.
"하루 아침의 걱정이 아닌 평생의 근심을 걱정하라" -p.28
매월당 김시습의 시 구절 중 일부는 내게 새로운 힘을 주는 듯했다.
근심 없는 인생은 없다는 말에서 주는 위로로 나의 가을은 조금은
가볍고, 여유로워지지 않을까?
행복일기 속 느림의 이야기를 읽으며 시골 버스를 떠올렸다.
딱히 정류장이 없음에도 손을 흔들면 거기가 정류장이 되는... 아주 오래전
아빠의 직장 때문에 우리도 그런 동네에 3념 남짓 살았던 기억이 난다.
하루에 5대가 고작힌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면 마지막 사람이 타고 자리에
앉을 때까지 운전사 아저씨는 할머니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멈춰서 기다려 주셨다.
잊고 지냈던 오래 전 기억이 떠올라 퍽퍽하다 못해 전투적인 삶을 살아내는 우리
에게 쉴 틈을 준 것 같다.
특집 <미운 정이 들었다>에 소개된 이야기들을 읽으며 나는 돌아가신 할머니와
직장에서 미웠했던 선배 또는 이웃 중 누군가가 떠올랐고,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그땐 너무 미웠던 누구였다는 생각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것이 미운 정인가 싶어서.
결혼을 하고 한동안 '내가 왜 결혼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린
맞지 않는 부분들만 보며 서로를 탓했던 기억도 났다.
지나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들이었는데 말이다.
아마도 익숙해지지 않은 것들에 대한 반감과 서운함이 뒤섞여 서로를 볼 여유조차
그땐 없었던 것 같다.
종종 '그때 우리 왜 그랬지?'라고 묻는 요즘.. 우린 미움 정까지 들어버려 서로 묘하게
닮아가고 있다.
"마음 (강상중 지음/사계절출판사 펴냄)"이라는 소설이 궁금했는데, 내 마음을 읽은 것처럼
<명사 초대석>에 강상중 교수가 소개 되었다.
지금 우리가 처한 아픔과 그의 이야기 속에 담긴 살아가라는 메세지... 그리고, 우리가 
기억하고 귀를 기울여야 할 이야기인 것 같아 읽고 싶은 책 목록에 <마음>을 적어 두었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허한 마음에는 독서만큼 따뜻하고 배부른 약이 없다.
평생 근심, 걱정을 하며 살 나에게는 책 속에 답이 절실하다.
그래서 샘터 10월이 반갑고,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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