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약함의 힘 - 현경 마음 살림 에세이
현경 지음, 박방영 그림 / 샘터사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여름이 시작되기 전부터 나는 마음 허증에 시달렸다.
배가 고플 때 느끼는 허기가 아닌 마음의 허기는 나의 상상과 감성을
황폐화시키기에 충분했고, 어떤 책을 읽어도 심드렁 그 자체였다.
그냥 지쳐 그런 거라 여겼다. 잠이 줄고, 눈물이 나고, 면역력 저하로
내 피부에 내가 생채기를 내는 등 예상치 못한 증상들이 나를 향해 달려
오는 걸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춤을 춰도 눈물이 나는 날이 늘어가면서 무언가 나를 위로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중얼거렸다.
힘겨운 여름을 가까스로 보낼 무렵 한 권의 책을 만났다.
"연약함의 힘 (현경 지음, 샘터 펴냄)"이라는 책제목 앞에서 나는 살짝 두근
거렸다. 나의 정신과 육체의 연약함을 다스려줄 따뜻한 이야기가 가득할 것
같다는 기대로.
 
현경은 신학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세계를 누비며 종교간의 평화와 자신과 타인
그리고 지구를 살리고자 애쓰는 사람이다.
책을 읽는 내내 신학대학 교수이며 불교와 친근하며 그 속에서 가장 이상적인
무언가를 찾아내는 그녀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결국 나는 누군가에게서 위로를 받고 싶었던 모양이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1. 내가 사랑이니까요
2. 가끔은 행복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3. 연약함의 힘
4. 우주는 웃고 나는 세운다
로 각기 다르지만 비슷한 테마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렇게 아빠와 함께 추는 춤은 시작되었습니다. 살인자, 도둑, 사기범인 아빠들도
그날 하루만은 기사처럼 어린 딸을 최고의 숙녀로 대접해주었습니다. (...)
아빠가 무슨 일을 했건 상관없어요. 나는 당신이 다정한 나의 아빠로만 보여요...."
- p.20~21
캠프 디바에서 마련한 '아빠와 함께 춤을' 프로그램 이야기는 흑인 소녀들에게
사랑을 가정을 등진 아빠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선물한 것 같아 아무 것도 아닌
그 작은 행상의 힘을 보여주었다.
 
"연약함의 힘이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자기 내면의 진정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힘,
참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 줄 수 있는 힘,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 공감할 수 있는 힘, 
진실대로 살기 위해 모험할 수 있는 힘, 모험에 동반되는 불안과 두려움을 견뎌 내는 힘,
자신이 원하는 것과 남이 원하는 것이 상충될 때 관계의 성장을 위해 균형 있게 양보하고
타협할 수 있는 힘 등입니다." - P.166
이 부분을 읽고 나는 무언가로 머리를 맞은 기분이 들었다. 작고 약한 보잘 것 없는 힘
이라 생각했던 연약함의 힘이 이리 크고 깊은 뜻이 있을 줄은 몰랐었기 때문이다.
사회 속에 속한 나는 우리는 나를 보여주거나 내 목소리를 듣는 힘이 시간이 거의 없다.
그저 주어진 상황 속에 주어진 일을 정해진 시간 안에 끝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
나를 보거나 남을 돌볼 겨를이 없다 푸념을 한다.
어쩌면 그게 푸념인지 연민인지 아니면 핑계인지는 모르겠으나 모두들 그렇게 생각하며
그냥 그렇게 살아간다.
진정한 내 목소리 따윈 출근과 동시에 방 안 서랍장이나 현관을 나서며 신발장에 구겨
넣어놓고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녀는 그런 나의 소리를 듣고, 상대를 이해하라 말한다.
 
"그런데 쫄지 않고 우쭐대지 않고 자신의 진정한 자아에 굳건히 서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은
인생의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내가 누군지, 왜 살아야 하는지 알게 된 사람에게만 하늘이
허락하는 힘인 것 같습니다. 이런 힘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많아지면 이 세상의 제도들도
서서히 바뀌어 가지 않을까요?" - P.167
우리의 작은 힘이 모여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연약함의 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의 연약함을 보잘 것 없는 내 목소리와 생각을 담아보자... 그리고 함께 변화하자...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위안과 힘을 얻고 책을 덮었다.
연약한 힘이 모여 아픈 이들을 안아주고 그들의 소리에 귀기울여준다면 절대 우리가 가진
힘은 연약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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