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받아들여졌다 - 영혼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는 51편의 묵상 잠언
류해욱 지음, 남인근 사진 / 샘터사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계절은 봄을 향해 성큼성큼 큰걸음을 내딛는데 내 마음은 아직도

차디 찬 겨울이다.

딱히 기억에 남는 일이 없음에도 하루는 일분처럼 지나간다.

무언가 마음을 어루만져줄 이야기가 필요하다.

이 즈음 나는 "그대는 받아들여졌다 (류해욱 글, 남인근 사진,

샘터 펴냄)"를 만났다.

 

 

낯선 사막에 떨어진 기분..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이상한 나라처럼 알 수

없는 삶에 대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간절한 때 따뜻한 차 한잔처럼 내게

다가온 이 책은 51편의 묵상 잠언과 작가의 이야기가 담겨져있다.

 

"사랑은 자신 이외에는 아무것도 주지 않으며 아무 것도 받지 않는다.

사랑은 소유하지도 소유 당하지도 않는다. 사랑은 사랑으로 만족한다."

- p.13 칼린 지브란, <예언자> 중에서

다섯 개의 이야기로 나누어진 이 책의 처음은 사랑이다.

사랑으로 만족한다는 끝맺음에서 나는 나의 사랑을 비추어본다.

'나는 만족했던가?'

사랑이라는 축복 앞에서 무언가를 계산하고, 결말을 비추어 서둘러

다가오는 혹은 다가가는 마음을 부여잡기는 않았는지....

나의 비좁은 마음을 들여다본다.

 

새해 시작과 더불어 이어지는 안좋은 일들에 나는 올해를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다 중얼거렸다.

그런데 그가 적어 내린 글들을 읽으며 꼭 닫힌 마음의 창에 따뜻한 빛이

스며드는 듯한 느낌이 들어 괜히 혼자 눈시울을 붉혔다.

아마도 나는 외로웠던 모양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느끼는 따뜻함보다

더 큰 위로를 원했던 것 같다.

잠 못 드는 밤 침대 끄트머리에서 <천 갈래로 부는 바람>을 읽고 또

읽었다.

 

"내 무덤가에 서서 울지 마십시오. 나는 거기 없습니다. 나는 잠든 것이

아니니까요. 나는 천 갈래로 부는 바람입니다. 나는 흰 눈 위에 반짝이는

다이아몬드입니다. 나는 여무는 곡식 위에 비친 햇살입니다.

나는 조용히 내리는 가을비입니다. 그대가 아침의 고요에서 깨어날 때

나는 하늘을 고요히 선회하다가 갑작스런 비상을 감행하는 새입니다.

나는 밤하늘에 부드러운 별빛입니다. 내 무덤가에 서서 울지 마십시오.

나는 거기 없습니다. 나는 죽은 것이 아니니까요."

- p. 169 작자 미상, <천 갈래로 부는 바람>

팝페라 가수 임형주가 부른 <천개의 바람이 되어>라는 노래가 떠오르는

밤,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에 책의 이 분을 읽고 또 읽었다.

생전 손녀들과 그다지 사이가 좋지 못했던 할머닌 돌아가실 즈음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선물하신 분이다.

천국으로 향하시는 그 시간... 우리 가족 모두는 하나가 되어 먼 길을 떠나

시는 할머니를 위해 기도를 아끼지 않았고, 해마다 그날을 기억하며 추억을

나눈다.

남겨진 자의 슬픔은 항상 가슴이 아리다.

책을 다 읽을 즈음.. 내가 하는 고민들이 하찮은 것들이라는 것을 느꼈고,

작가가 풀어놓은 이야기들로 위안이 되었다.

나만 아프고, 나만 힘들다는 이기적인 생각에 따뜻한 차 한잔을 선물한

시간... 그 시간이 오래 내 기억 속에 남을 것만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