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서둘러라 - 샘터와 함께하는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김재순 지음 / 샘터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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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조급증을 달고 사는 나는 불안장애를 앓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스트레스로 인한 각종 근심걱정을 불안으로

느끼는 것이다.

딱히 약이 있는 것도 치료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나 자신이 나를 편안하게 놓아주는 방법 밖에는.

명상, 습작, 수면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보았지만 딱히 답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그저 내가 가진 습관 중 하나라 여기며 함께 사는 수 밖에.

이 즈음 책 한권을 만났다.

"천천히 서둘러라 (김재순 지음, 샘터 펴냄)"라는 책인데 제목이 무언가 이상하다.

'서두르는데 천천히?'

도대체 무슨 말인지... 나는 서두른다를 떠올리면 숨이 턱에 닿도록 빠르게 움직이는

법 밖에는 알지 못한다.

그가 말하는 천천히 서두르는 방법이 궁금해졌다.

혹시 나의 불안장애를 잠재울 수 있진 않을까?

<샘터> 뒤표지글에 등장하는 그의 이야기는 때때로 내게 힘이 되고 때때로 회초리가

되기도 했다. 그저 그가 써내린 글들을 읽으며 위안이나 삼자 싶었는데 이렇게 책으로

묶여 나오니 느낌이 새롭다.

"당신이 살고 있는 마을은 어떻습니까" - p.14

현명한 장로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누군가를 평가할 때 내가 보이는 쪽에서만 상대를

보고, 평가하지 않았나 고민이 되었다. 그런데 내가 보는 쪽이 항상 긍정적이진 못했다.

상대의 결점을 찾아내 왜 그럴까... 화를 내거나 비판을 할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나의 성향이라는 게 결국 누군가를 옳지 못한 판단으로 왜곡시킨 건 아닌지 이 페이지를

읽으며 반성을 하게 되었다.

오늘 같이 비가 내리는 날 읽으면 좋은 시 한편을  책 속에서 찾아냈다.

"비가 옵니다/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이즈러진 달이 실낱같고/별에서도 봄이 흐르듯이/따뜻한 바람이 불더니/오늘은 이 어둔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뜰 위에 창밖에 지붕에/남모를 기쁜 소식을/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 주요한, <빗소리>

시를 읽는 내내 창밖에서 툭툭 비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비가 오는 날마다 불평을 했는데 이 시를 읽으며 비가 좋은 소식을 가져다줄 거란 기대를

해본다. 글은 이렇게 누군가의 마음을 뒤흔들고, 안정시키는 마음의 명약같다.

그의 이야기는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또는 아버지가 아직 어른 자녀에게 조근조근 일러주는

삶의 지혜같았다. 내가 허우적 거리는 어느 지점에서 나에게 손을 내밀어 괜찮다, 아프지

않느냐 물으며 등을 토닥여주는 것 처럼.

"어떤 '나'를 만들어 갈 것인가" - p.215

인생의 쓴맛과 단맛, 우울과 기쁨을 맛보며 나를 단련시켜 진정한 나를 만들어 가는 것.

그가 젊은 우리에게 주는 인생의 지침이 아닌가 싶다.

나는 나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단련이 아직은 필요하다.

천천히 서두르는 여유와 고민 그리고 방향을 찾는 시간이 절실하다.

나는 아직 갈 길이 먼 사람이고, 빛날 준비를 하는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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