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3.12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2013년의 마지막 달이 다가온다.

'올해 내가 무얼했나?'

뒤적뒤적 일기장과 메모들을 정리하다 유독 병원 영수증이 많음을 깨달았다.

아팠다... 지독하게 아파 세상이 끝나버리는 줄만 알았다.

월간 샘터를 만나 여름과 가을 그리고 겨울 속을 거닐며 한해를 정리해본다.

12월의 다른 이름은 맺음달인 모양이다. 발음을 하면 할수록 기분이 묘하다.

어떤 것부터 맺어 마무리 지어야 하는 건지... 마음이 분주하다.

샘터 12월호 표지에는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던 어린 내가 있다.

그땐 빨리 스무 살이 되어 예쁜 구두를 신고 또각또각 소리내어 걷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지금 난... 어른임에도 또각또각 소리를 내는 구두 대신 폭신한 구두를 신는다.

버거운 어른의 일상에서 멋은 이미 그 의미를 상실한지 오래다.

 

 

월간 샘터 속 구석구석 골목 여행이 난 참 좋다.

추운 날 상가가 많은 골목에서는 따뜻하고, 달콤한 향기가 난다.

그 향이 무언지 정확하게 설명할 순 없지만 난 종종 그 향을 맡기위해 재래시장 골목을

누빌 때가 있다.

경남 진주의 골목을 소개하는 이번 호에서 흥미로운 먹거리를 발견했다.

수복빵집의 팥죽을 부어주는 찐빵인데 찐빵 속에 팥소가 있음에도 저렇게 팥죽을 부어

먹을까 싶어 의아했다.

그런데 70년 동안 이어 온 메뉴라는 설명에 살짝 맛보고 싶다는 욕심이 자란다.

포장이 되지 않는 메뉴라는 말에 의욕은 더욱 충만.

올해 진주남장유등축제에 갈 예정이었는데 나도 그도 일정에 쫓겨 내년을 기약했다.

하지만 내년 가을... 진주 여행을 했다며 유등축제와 수복빵집 이야기를 적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小곤小곤에 등장한 문화제과 이야기를 읽으며 어릴적 시장통에서 살았던 때가 떠올랐다.

상가 건물에 살림집이 딸린 시장통 살이는 때때로 시끄럽고, 때때로 재미있었다.

그때 우리가 살던 건물 옆에도 제과점이 있었다.

문화제과의 사진을 보며 그 시절을 떠올렸던 건 촌스러운 단맛이 나를 이 만큼 키워내서

인지도 모른다.

갓 구워낸 빵을 유리 진열장에 진열하면 엄마를 졸라 크림빵, 도넛 등 단맛이 가득한 빵을

사러 가곤 했었는데 지금은 왜 그 맛이 나지 않는 건지....

아마도 내가 어른이 되면서 옛맛에 추억이 더해져 그 맛을 찾아내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송년특집으로 실린 한때 우리를 웃음 짓게 했던 그 시절 유행품을 읽으며 곱창밴드, 다마고치,

보물섬을 만나 행복했다.

추운 밤 따뜻한 이야기가 가득한 샘터 12월호를 꺼내 읽으며 나는 추억 속 여행을 했다.

12월 마무리를 시작하며 슬픈 기억, 아픈 기억 대신 달달한 기억을 덧입혔다.

따뜻하고 달달한 샘터가 난 참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