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3.11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표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마치 크리스마스 어느 밤을 보는 듯한 착각... 그렇게 눈마중달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가을이 지난 듯, 있는 듯... 내 마음처럼 명확하지 않다.

샘터 11월호를 만나 나는 또 위안을 얻는다. 표지 속 별들이 새가 물어 온 카드가

내게 뭐라 말을 거는 듯하다.

나는 요즘 심한 우울증을 겪어내고 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그저 사는 것에 조금 심드렁해지는 듯하더니 급기야 일에서 손을

놓고, 숨어있을 방 한칸을 찾는데 급급하다.

나는 지친 것이다.

휘리릭... 샘터 11월호를 넘기다 등받이가 없는 나무 의자 옆에 "힘들 땐 쉬어

가도 괜찮아"라는 글귀에 눈물이 떨어진다.

계절 중 가을을 가장 아프게 맞이하는 나에게 누군가 이런 말을 해줬으면 했는데

막상 마주치고 보니 부끄러워 숨고 싶어진다.

난 항상 쉼에 대한 동경과 공포를 가지고 살았다.

누군가 나보다 먼저 달릴까 걱정을 하고 조바심을 냈다.

천천히 느리게 사는 법에 대한 어떤 고민도 하지 않고 오로지 남보다 더 또는

남들 만큼 살아내는 것에 익숙해졌다.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겨를이 없었다.

샘터 11월호를 읽는 동안 나는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기로

했다. 가을이 물고 온 편지처럼.

<나를 움직인 한마디 - 남에게 밥을 살 때는>을 읽으며 기억 속 어느 사람이 떠올라

혼자 소리를 내며 웃었다. 인색하기가 자린고비 버금가는 그 사람은 다른 건 다 아껴도

밥상 인심만은 두둑해 언제나 배고픈 후배들의 식당이며 마트같았는데 세월이 지난

지금도 그를 생각하면 그의 인색함 보다 정겨운 밥상이 먼저 떠오른다.

그래서 그를 따르던 후배가 많았고 오래 기억하고, 연락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때 그 푸근함을 되돌려주려는 마음에.

 

샘터 11월호 특집은 <외로움도 힘이 된다>이다.

난 심하게 외로움을 타는 어른이다. 책을 읽다가도 음악을 듣다가도 때때로 길을 걷다

가도 외롭다 중얼거린다.

그런데 책 속에 담긴 그들은 지독한 외로움을 겪고 예쁜 꽃을 피워냈다.

그래서 더 아름다운 꽃을 피워냈는지 모르겠다. 나는 외롭다 말하고 울고 그들을 외롭다

말하고 지루한 싸움을 피하지 않아 외로움을 힘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나는 또 그들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인다. 잘 해냈다고.

 

누똥바의 사진을 보며 꾸역꾸역 숨도 쉬지 않고 고민을 씹어 삼켜내는 내 모습을 보았다.

급하면 체한다. 그게 떡이든 행복이든 고민이든.

꼭꼭 씹어 오래 생각하며 내 고민을 줄여볼 생각이다.

 

이렇게 눈마중달 샘터의 이야기를 읽어냈다. 여과없이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읽어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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