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즈 & 하이에크 : 시장경제를 위한 진실게임 지식인마을 27
박종현 지음 / 김영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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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머리가 아픈 책이다.

도대체 내가 시장경제까지 알아야할 이유가 뭔지...

책을 앞에 두고 일주일 넘게 투덜거렸다.

난 솔직히 이런 류에 책은 두통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읽지 않는다.

하지만 난 지식인이 되고 싶으므로 '난 지식인이다, 지식인이야..'

이렇게 주문을 걸며 책읽기를 시작했다.

"케인즈&하이에크 시장경계를 위한 진실게임 (박종현 지음. 김영사 펴냄)"은

김영사 지식인마을 27번째 이야기이다.

구성이 좀 색다른 지식인마을 시리즈 중 하나를 이미 만나봤으니 이 책도 무난하게

나를 지식인으로 거듭나게 해줄 거라 믿으며 무모한 도전의식을 갖고 이야기 속으로

들어갔다.

 

책을 이해하기 전 케인즈와 하이에크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난 경제나 정치에는 관심이 없는 여자어른이니 낯선 이름의 그들을 알아봐야했다.

친절하게도 지은이는 그들에 대한 정보를 간결하고 정확하게 제공했다.

케인즈 - 영국의 경제학자. 고용과 생산에 관한 이론과 정부 보완책의 필요성에 대해

주장했음.

하이에크 -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즈의 이론에 대항. 자유시장 경제체제 옹호.

그러니까 결국 이 둘은 서로의 의견을 반박하고 나서겠다는 건가?

이론적인 부분이니 어디선가 일치하는 부분도 있을 거라 생각하며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지은이는 경계는 수학적 개념이 아닌 도덕적 개념, 가치로 이해하라

조언한다.

이 부분은 나도 동감. 최근 청소년의 자살률이 증가하며 나는 행복지수에 관한 수업을

자주 진행한다. 행복의 조건에서 10대 아이들이 최고의 가치를 두는 건 공부나 가족,

사랑이 아닌 돈이다.

살면서 금전적인 문제로 인한 불행이 가장 크게 와닿다고 아이들은 말한다.

그리고 하우스 푸어에 대한 주제 수업에서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집 이야기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우리의 행복에 경제적 조건이 일순위가 되었을까?

이야기가 시작되는 초대편 전에 이런 글귀가 있다.

 

"그리하여 우리가 그 책을 다 읽었을 때 그 책이 훌륭한 책이라면 그 책을 읽기 전에

견주어 자신이 약간 달라졌다는 것을, 이전에 전혀 다녀본 적이 없는 낯선 거리를

지나가다 문득 새로운 얼굴들을 만난 것처럼 우리 자신이 변한 것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슐러 르귄 [어둠의 왼손]

 

아마 이 글귀를 나를 위한 글귀인 듯.

책을 읽기 전에 겁먹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 내렸다.

초대편을 읽으며 중국 요순시대 노인의 노래에서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웰컴 투 동막골>이라는 영화에서 전쟁 중 평화롭고 한 가족처럼 지내는 동막골의

모습을 보며 촌장 어른에게 그들이 물었다. 어떻게 이러고 살 수 있냐고. 답은

간단했다. 잘 먹이면 된다고.

임금이 부럽지 않은 배부름과 평화는 빈부의 격차나 계급보다 모두가 자신이 잘하는

일을 찾아 열심히 하고, 부족함을 채워 상승효과를 누리는 것에 답이 있었다.

자율시장이란 의미가 이런 것도 포함되는지 모르겠지만 사회주의를 두고 찬, 반으로

의견을 펼치는 하이에크와 케인즈의 이론은 새로운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전세계적으로 공황, 혼란, 침체 등 다양한 경제 위기가 나타나는 건 예전이나 지금이 별반

다를 것이 없고 그것을 극복해내는 과정 역시  답습된다는 생각이 든다.

자율 경제라는 표현으로 빈익빈 부익부의 격차로 양극화를 유지할 것인지 양극화 유지를

피하기 위한 시장 통제로 경제적 인간 노예를 만들어낼 것인지에 대한 답은 없다.

진실게임의 끝은 언제나 정답이 없는 법이니까.

자율이냐 개입이냐를 두고 펼치는 두 학자의 대화에 나 역시 고민이 생겼다.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누구를 위한 시장경제를 꿈꾸어야 하는지에 대해 오래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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