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고요 정원일기 - 어느 특별한 수목원의 기록
이영자 지음 / 샘터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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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생 광년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꽃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부지런히 무언가를 가꾸고 키워내는 일을 잘하는 건 절대

아니다. 그저 보고, 느끼고, 표현하는 것만 잘할 뿐.

처음 "아침고요 정원일기 (이영자 지음, 샘터 펴냄)"를 만나고 읽기보다

사진보기에 더 집중하며 책을 대충 보고 며칠 고민을 하다 다시 읽기 시작

했다. 난 누군가의 정원을 엿볼 만큼 가꾸고 보듬는 일에는 관심이 없으니까.

 

글쓴이의 일기는 말그대로 하루하루 기록이다.

아침고요 정원의 365일을 꽃과 나무와 더불어 날씨의 변화를 꼼꼼하게 적어

어떤 기후에 무엇이 상하고, 어떤 바람에 꽃향기가 전해지는지를 일러준다.

그녀의 남편은 그녀에게 커다란 정원을 선물한 멋진 남자이다.

이 선물로 그녀가 얼마나 힘들고 또 얼마나 뿌듯한지 책을 통해 이야기한다.

내가 아는 정원은 대부분 규모가 큰 집에 갖가지 나무와 꽃을 심어 가족을 위해

또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꾸며놓은 것 뿐인데 그녀의 정원은 만인의 정원

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는 그곳에서 사랑을 만나고 또 누군가는 추억을 마주할 것이다.

종종 드라이브를 할 때 지나쳤었는데 올 가을에는 그녀의 정원을 구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원에서 김을 매다 달려오는 그녀의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고 싶고, 매표소에 앉은

그녀에게 시원한 음료수 한 잔을 선물하고 싶다.

화장실 청소를 하고, 식당에서 반찬을 만드는 그녀를 만나 허물없이 웃으며 정원이

참 아름답다 인사를 건네고 싶다.

그녀는 꼼꼼한 일기를 써내렸다. 아침고요 정원의 계절별 변화와 축제, 낮과 밤의 모습,

직원들이 고민해 만들어낸 아름다운 꽃밭들, 꽃의 이름과 색 그리고 꽃에 얽힌 다양한

정보 등을 할머니의 옛 이야기처럼 술술 풀어낸다.

문득 그녀의 남편은 그녀에게 큰 정원을 선물하고 어디서 무얼하는지 궁금해졌다.

혹 그녀를 꽃밭에 가두고 홀로 세상 여행에 심취해있는 건 아닌지...

그녀는 정원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위로와 희망을 얻는다 말하고 나는 고된 일에

지쳐 그녀가 나를 비롯한 누군가에게 희망과 위로를 주는 정원을 내버리고 도망갈까

걱정을 한다.

꽃이 웃을 때 그녀도 웃고, 꽃이 울 때 그녀도 우는 것 같다.

자연과 함께 지내는 그녀의 삶이 내심 부럽기도 하다.

무릎 통증으로 보행의 즐거움을 잃었던 엄마가 제주도 갖가지 공원과 식물원을

살피며 뛰어다니는 모습을 봤을 때 놀람과 같은 경험을 한 시간, 그녀의 정원에서

나는 또 다른 희망을 얻었다.

가평 어디를 지날 때 나는 아침고요 정원 속 그녀를 떠올릴 것만 같다.

사람도 꽃도 나무도 보살핌이 관심이 필요하다.

종종 나는 그것을 잊는다.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소통을 위해 힘쓰는 나를 꿈꾸며 그녀의 이야기를

고이 접어 가슴 한 구석에 내려 놓는다.

희망이 꽃을 피우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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