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담 & 싱어 : 매사에 공평하라 지식인마을 16
최훈 지음 / 김영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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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형평, 공평, 공익에 관한 이야기가 난무한다.

물론 난 이런 말들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하지만 대충 어떤 내용인지

알아둘 의무가 있다는 생각에 "벤담&싱어 매사에 공평하라 (최훈 지음,

김영사 펴냄)"를 만나 보기로 했다.

이 책은 김영사 - 지식인마을 시리즈 중 열여섯 번째 이야기이다.

 

 

표지 속 어항에는 각각 금붕어 한 마리가 들어있다.

넓은 어항 속 평화로이 헤엄을 치는 금붕어가 있는가 하면 자기 몸과 같은 크기에

어항 속에서 움직임 조차 어려운 금붕어가 있다.

둘 중 누가 행복한지는 알 수 없다. 단 공평하지 않은 그들의 환경만 보일 뿐.

공정한 사회, 윤리적인 삶 그리고 생명권리까지 다룬 <매사에 공평하라>는 어찌보면

딱딱한 이야기일지 모른다.

살짝 열어 본 책 속에는 의외로 재미있는 그림 표현들이 있다.

우선 읽어보는 걸로!

공리주의 창시자 벤담과 현대의 가장 영향력이 있는 공리주의자 싱어가 풀어내는 공평,

형평에 관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지식인마을 시리즈의 구성은 초대 - 만남 - 대화 - 이슈 순으로 이어진다.

이 책은 초대 부분에서 인간의 공평함을 영화 <에이리언> 과 함께 풀어낸다.

'사람이 육식을 하는 것과 에이리언이 사람을 잡아 먹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물론 그 둘은 단 고기가 먹고 싶다거나 혹은 식재료로 가축이나 인간을 삼은 것일 뿐이다.

그것을 두고 누가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단 우리가 인간이기에 인간을 먹이로

삼는 에이리언이 나쁘다 평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

만약 그들에게 옳고 그름에 대해 논하려면 우리 모두가 채식주의자가 된 후 논함이 옳을

것이다.

도덕이나 윤리를 따져 들어도 육식을 하는 선에서는 절대 공평한 대화나 협약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두 명의 공리주의자들이 말하는 공리주의 혹은 공평성은 판단하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를 수 있다. 나의 잣대로 어떠한 일을 평가하는 것이 판단의 오류를 범하는 가장 큰 이유

인지도 모른다.

나는 종종 논술 수업을 진행하며 고전, 명작 비틀기 시간에 일반적 인물 평가가 아닌

주관적 평가를 하라 주문해본다.

예를 들어 <흥부전>을 읽고 흥부는 무조건 착하고, 피해자며 복을 받을 사람이라 평하는

객관적 평가를 비틀어 놀부가 흥부의 자립심을 키우기 위해 재산을 한 푼도 주지 않고

내쫓아 가족을 이끌 힘을 키우게 했다 가정하고 누가 옳은 사람인지 논해보도록 한다.

수업을 듣는 아이들은 나를 이상하게 보지만 무능력하고 가족을 책임지지 못하는 주제에

착하기만 한 흥부를 탓하는 사람이 지금껏 아무도 없었다는 것도 내 생각에는 이상하기

때문에 난 이 수업을 아주 좋아한다.

벤담과 싱어의 공평에 대한 이야기 역시 주관적인 눈으로 볼 때와 객관적인 눈으로 볼 때

그 답이 틀려진다.

개인주의로 인한 이익추구는 사회를 위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말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런 개인들이 모여 사회가 더욱 더 발전할 수도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이들이 내게 말하려는 공리는 무엇일까?'

 

 

천천히 생각해 보았다.

도덕과 윤리가 기본이 되는 선에서 추구하는 이익이 공리가 아닐까 하고.

지식인마을 시리즈 <매사에 공평하라>를 읽고 내가 느낀 공리는

매순간 생각을 말로 내뱉기 보다 상대의 입장을 생각한 후 나와 상대의

사이를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 어떠한 이익을 창출하는 것인 것 같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은 모호하다.

그리고 공리는 더욱 더 모호하고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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