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씨의 마음 미술관 - 더없이 소중한 날들을 위한 명상과 그림의 눈부신 만남
크리스토프 앙드레 지음, 이세진 옮김 / 김영사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마음이 아프다.

딱히 어디가 아픈 건 아닌데 시시때때 통증에 시달린다. 의사는 내게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라는 재미없는 증상명을 달아준다.

한 밤중에도 말똥말똥한 눈, 의식이 잠들지 못해 괴롭다.

이번에는 불면증이라 말한다.

.

.

끝없는 욕심과 이기가 나의 의식과 몸을 지배한다.

그래서 나는 마음이 아프다.

 

 

내가 나를 견디지 못해 울부짖을 때 "앙드레 씨의 마음 미술관 (크리스토프 앙드레 지음, 이세진

옮김, 김영사 펴냄)"을 만났다.

표지 속 잘 만들어진 액자 안 빨간 의자가 폭신해 보인다. 그 배경에 구름이 포근해 자꾸 하늘로

내 몸이 빨려 올라가는 기분이 든다.

단 한 번도 멈추어 나를 바라본 적이 없다. 경쟁 사회에서 이겨야 한다는 다그침에 나는 10대를

숨가쁘게 달렸고, 20대에는 취업을 위해 애썼으며, 30대에는 앞서기 위해 전략을 세워야했다.

그리고 40대 진입에서 길을 잃었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는 걸까?'

 

"삶을 송두리째 바꿀 놀라울 경험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표지에 적힌 문구에 나는 움찔한다. 그리고 앙드레 씨의 마음 미술관 속으로 타박타박 걸어 들어

가 본다.

 

처음 책의 제목을 보고 '미술관 이야기인가?'했던 나는 책을 읽기 시작하며 나를 향해 속삭이는

말들로 그림으로 위안을 얻기 시작했다.

항상 빠르고 정확한 일처리에 허덕이던 내게 누군가가 해줬으면 하는 말들을 그는 담담하게 풀어

낸다. 비움과 내려놓음에 인색한 사회인인 나에게 천천히 마음 속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말한다.

고요와 명상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내게 주어진 것들에 최선을 다하는 그 마음 만으로도 괜찮다고

잠시 멈추어 바라보라 말하는 그의 글이 위로가 된다.

 

 

그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정신과 전문의이자 심리치료사라고 한다. 그런 그가 무심한 듯 써내린

글들은 마치 어디선가 나를 보고 있다 적어내린 보고서같다.

그림과 소설 속 어느 문구들을 적절하게 담아 내가 보는 그림이 어떤 그림인지, 짧지만 가슴을

울리는 글들이 누구의 것인지 내게 일러준다.

마음의 눈을 크게 뜨라 말하는 부분에서 나는 내가 놓치고 있던 일상의 소소한 것들이 얼마나 감사

하고 아름다운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결국 나는 큰 것을 보기 위해 작은 것들을 모두 놓치거나 부러 보지 않았던 것이다.

큰 것을 보기 위해 달리며 나는 늘 조급함과 설레임에 마음이 병들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결국 나는 나를 들여다 보며 내 안에서 내는 소리를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의 그림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미술관이나 미술사 책에서 보던 그림을 단순히 보았던 예전에 나는 무언가 급했는데 그의 그림

설명을 따라가는 시간에는 급함을 잊고 천천히 느리게 보고 생각을 한다.

 

"자유롭게, 열렬하게 행동하라. 행동이 오직 그 행동으로서 완전할 수 있도록. 밥을 먹을 때에만

밥을 먹으면 된다(밥을 먹으면서 라디오르 듣거나 책을 읽지 마라). 걸을 때는 그냥 걸어라(전화를

하거나, 계획을 세우거나, 생각에 골몰하지 마라).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때에는 그저 경청하라

(판단하거나 답변을 준비하지 마라). - p.175

마음챙김은 단순한 행동을 권장한다는 그의 말에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기 위해 단순하고 느린

삶을 지향하겠다 다짐해본다.

단순함의 미학 그리고 명상으로 다져진 마음에 성냄이나 좌절 대신 희망의 꽃을 피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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