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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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목마른 계절은 내게 항상 가을이다.

그런데 그런 나의 고정관념을 깬 사랑이야기가 있어 소개해 보려고 한다.

내가 만난 여름 사랑이야기 하나 - 당신에게

 

"당신에게 (모리사와 아키오 장편소설, 이수미 옮김, 샘터 펴냄)" 표지를 보고 나는

내용이 참으로 궁금했다.

캠핑카 위에 빨간 풍선, 캠핑카 안에 낡은 의자와 항아리 그리고 흰봉투.

바닷가가 배경인지 갈매기, 배, 등대와 섬마을이 보인다.

뭉게 구름이 포근하게 느껴지는 그림... 괜히 가슴이 따뜻해진다.

당신에게 하고픈 말은 무엇일까?

예정된 시간이 얼마남지 않은 요코는 남편인 에지를 위해 마지막까지 안간힘을 쏟는다.

열정도 냉정도 아닌 그들의 사랑은 평온한 공기가 담겨진 유리 상자같다. 

얼마 후 요코의 죽음으로 그 유리 상자가 깨어져버렸다.

요코는 에지를 위해 12일 간 여행을 준비해두었다. 자신의 뼈를 고향 바다에 뿌려

달라는 첫 번째 유언에 이어 12일 안에 찾아야할 두 번째 유언을 남겼다.

교도소에서 목공을 가르치는 에지는 사직서를 동료에게 맡긴 채 요코를 위해 준비했던

캠핑카를 몰고 요코의 고향을 향해 달린다.

여행 중 에지는 자신과 혹은 요코와 인연이 있던 세 남자를 만난다.

산토카의 시를 적절하게 외우는 스기노를 만나고 아내의 외도를 목격해 분노로 가득 찬

다미야를 만나 요코의 고향으로 향하는 에지.

다미야에 이어 같은 일을 하는 난바라를 만나 요코의 고향 우스카에서 배를 빌릴 사람을

소개받고 기운을 내어 우스카로 향한다.

중간에 다미야와 난바라는 일터에 남겨지고 스기노는 차량절도범으로 경찰서로 잡혀간다.

에지는 이제 우스카로 향하는 길에 홀로 남겨졌다.

우스카에 도착해 나오코와 다에코 모녀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다쿠야와 그의 할아버지를

만나 에지는 요코를 고향의 바다로 돌려 보내주었다.

여기서 이야기가 끝이 나는 줄 알았는데 흐름 전개를 살펴보며 다에코의 아빠가 난바라가

아닐까 의심했던 내 생각이 맞음에 나는 기뻤다. 만나야할 사람들은 꼭 만나는 법이니까

언젠가 난바라는 우스카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었다.

이제 요코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삶을 사랑스럽게 여긴다는 것에 대한 그녀의 이야기들.

그저그런 사랑이야기 또는 이별이야기라고 이 책을 치부했던 나의 자만을 향해 요코가 커다란

돌을 던진 같았다.

 

당신을 만난 것이 내 인생의 최고 기적이라고 나를 만나줘 고맙다고 말하는 요코의 얼굴이

그 평온한 미소가 자꾸 떠오르는 것만 같다.

나는 사랑을 하찮은 감정 소모라 여기던 사람 중 하나였다. 남들처럼 살기 위해 결혼을 하고

생활 중 일부분에 그를 끼워넣기에 급급했다.

3년 전 큰 수술을 하고 어쩌면 사는 내내 여러 번에 수술과 입원을 반복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고 그를 원망했었다. 그런데 수술실로 향하는 나를 바라보던 그의 눈과 마취에서 깨기 전

내 손을 꼭 잡았던 그 느낌이 아직까지 생생해 나는 종종 그에게 감사하다 말을 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죽음이 나를 먼저 찾아온다면 그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할까 고민에

빠졌다. 남겨진 사람에 대한 배려.... 요코를 통해 그 배려와 사는 내내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느끼게 해주었던 그녀의 사랑에 감동받았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혹이 이별이야기

[당신에게]를 건조한 관계를 유지하는 연인과 부부에게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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