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우리 명승기행 - 김학범 교수와 함께 떠나는 국내 최초 자연유산 순례기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우리 명승기행 1
김학범 지음 / 김영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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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훌륭하고 이름난 경치를 가진 곳은 어디일까?'

종종 외국 여행에 관한 프로그램을 접할 때마다 '저들이 가는 곳이 전부는 아니겠지?'

라는 물음을 던지며 나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곳들을 생각해본다.

이런... 생각해보니 나는 사는게 바쁘다는 핑계로 여행은 커녕 내 어깨에 짊어진 짐을

내려놓은 휴식 시간마저 없었다.

그러다 만난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우리 명승기행 (김학범 씀, 김영사 펴냄)"을 보며

생각이 많아졌다.

"도대체 나는 무엇때문에 떠나지 못하는 것일까?"

 

 

책머리를 읽으며 내가 알고 있는 명승의 뜻과 작가가 써내린 명승의 뜻이 다름을 알게 되었다.

작가가 말하는 명승이란, 우리나라 '문화재보호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국보, 보물, 사적, 천연

기념물, 명승 등의 문화재 중 하나를 지칭하는 고유명사이다.

명승 49곳을 소개하는 이 책은 그 곳에 숨은 뜻과 역사 또한 자연과 어떤 어울림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들을 자세하게 풀어냈다.

 

 

불행히도 나는 49곳 중 단 한 곳도 가보지 못했다. 내가 여행하는 곳은 단순히 사람들의

평가가 좋고, 편의시설이 되어 있는 쉼을 위한 여행을 주로 해왔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역사책에서나 등장하던 곳도 만나고, 광고 어느 구석에 찍혔던 장소인 듯한

곳도 만나며 명승기행을 눈과 머리로 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책 뒤쪽에 지도로 보는 명승과 명승 목록까지 부록으로 담겨져 있어 '언젠가 나도 떠나야지'

라는 의욕을 갖게 했던 이 책은 전에 문화재나 사찰 등을 소개하던 책들과 달리 묘한 매력이

있다. 마치 내가 그 곳에 함께 있는 듯한.

작가는 가는 곳곳마다 소개하는 것마다 세심하게 그 뜻을 설명하고 그 곳에 함께 했던 이들이

지어낸 시들을 담아냈다.

솔직히 시조는 어렵다고 생각하던 나에게는 새로운 느낌이었다.

사진을 보고 그 내용을 읽으며 생각하고 시조와 더불어 그들의 삶을 느끼는 시간....

그 시간이 바로 나 홀로 우리 명승기행의 시간이 아닌가 싶다.

딱딱하고 재미없다는 우리의 이야기를 읽어내리며 나는 짐을 꾸려 이 곳 중 어느 한 곳을 찾아

떠나고 싶다 중얼거린다.

 

올곧은 선비의 향기가 묻어나는 채미정, 배롱나무 꽃이 흐드러지는 명옥헌 원림,

그림으로 남은 정원 소쇄원, 그림자가 쉬어가는 식영정 일원,

섬 속의 낙원을 알지 못하였구나 윤선도 원림, 신성이 사는 도심 속 정워 성락원,

물외무우의 한거 초연정 원림, 묵향이 묻어나는 학문의 공간 초간정 원림,

참선의 원림 청평사 고려선원, 화림동천의 계원 거연정 일원,

고반원터에 지은 별서 임대정 원림, 염퇴의 강직한 기품이 흐르는 월연대 일원,

신선과 반려하는 유토피아 용암정 일원, 심산유곡의 산수를 즐기다 수승대,

관아원림의 상징 광한루원, 금닭이 알을 품고 있는 명당 청암정과 석천계곡,

진경산수화의 비경 죽서루와 오십천, 남종화의 산신 운림산방,

악성 우륵의 자리 탄금대, 퇴계와 두향의 애절한 전설이 담긴 구담봉,

조선 선비들의 벼슬길 문경새재, 도담의 아름다운 세 봉우리 도담삼봉,

아흔아홉 굽이 큰 고개 대관령 옛길, 시인묵객이 시화로 예찬한 사인암,

선조의 삶이 배어 있는 바꾸미 고개 구룡령 옛길, 마고할미의 성지 석문,

석벽을 깎아 만든 벼랑길 토끼비리, 선비의 기개와 절의를 품음 일사대 일원,

구천동 물돌이 명소 파회와 수심대, 죽죽이 개척한 대재 죽령 옛길,

백사실계곡의 원림 유적 백석동천, 희고 푸른 바위들의 향연 옥순봉,

백두대간을 넘는 최초의 고갯길 하늘재, 법보사찰의 으뜸 가야산 해이사 일원,

곰을 상징하는 백제의 중심지 공주 고마나루, 만년불패의 터전 두륜산 대흥사 일원,

단종의 한이 서린 유형의 땅 영월 청령포, 속세를 떠난 이상향 속리산 법주사 일원,

승보사찰의 명산 조계산 송광사와 선암사 일원, 백제의 고도 부여 구드래 일원,

화엄의 불국세계 지리산 화엄사 일원, 농경이 문화 경관이 되다 가천마을 다랑이논,

내앞마을의 지킴이 백운정과 개호송숲, 어업문화의 경관 지족해엽 죽방렴,

전통포구의 마을숲 법성진 숲쟁이, 꿈에서 본 선경 의림지와 제림,

덕연구곡의 명소 용계정과 덕동숲

 

책 속에 등장한 명승으로 차례대로 살펴보니 눈에 들어오는 곳이 있다.

남해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본 가천마을 다랑이논.

지형, 환경 을 고려해 만든 다랑이논의 풍경은 나를 사로잡았고 명승에 포함되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남해 여행길에 꼭 보고 와야지했는데 작가의 설명을 듣고 보니 더 가보고 싶어졌다.

자꾸 우리 것을 잃고 있는 현실이 달갑지 않다.

연휴나 휴가마다 공항에 넘쳐나는 사람들을보며 마음이 헛헛했는데 여행을 계획하는 모두가

이 책을 함께 읽고 우리의 명승을 찾아 떠나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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