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홍 - 彩虹 : 무지개 김별아 조선 여인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유월.. 내 가슴에는 아직 겨울 바람이 가득하다.

사랑.... 온전히 둘을 위한 사랑이 아니 가슴에 한기를 담은 사랑이야기에 주책없이 눈물이 난다.

그녀의 사랑은 그랬다.

내가 그녀를 만난 건 "채홍 (김별아 장편소설, 해냄 펴냄)" 속에서 였다.

 

 

 

 

채홍(무지개)을 처음 만났을 때 난 주인공의 이름이 채홍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꿈을 꾸듯 묘한 표정을 한 저 여인이 슬픔의 일곱가지 색을 가진 채홍이라면....'

다행히 그녀의 이름은 채홍이 아니었다.

그저 그녀가 살아낸 세월이 신기루처럼 무지개처럼 애처럽고 가여울 뿐이다.

그녀 난이는 세종의 며느리 순빈 봉씨로 오라버니들과 부모의 사랑을 물씬 받고 자란

당차고 예쁜 여인이다.

그런 그녀가 동성애 스캔들로 곤혹을 치룬다. 그녀는 그저 사랑을 받고 사랑을 하고 싶었을 뿐

그것이 죄가 되는지 몰랐는지 모른다.

세자의 빈으로 책봉되고 그녀는 집을 떠나 궁으로 향한다. 하지만 심약한 세자는 그녀의 당참이

도도한 듯 예쁜 얼굴이 끌리지 않았다. 정확히 말해 다가서기 어려웠던 것이다.

자신보다 나은 듯 보이는 그녀를 무시하고 경계하며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내가는 것이 도리라

여겼다. 그는 어리석었다. 사랑을 모르는 바보였다.

사랑은 죄가 아니다. 하지만 왕실 사람들에게 사랑은 그저 욕정이며 경망스러운 감정이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녀는 외로웠다. 누군가와 말을 나누고, 정을 나누고, 함께 하고픈 생각이 그녀를

점점 아프게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고 자신을 쳐다보지 않는 남편 세자를 원망하며 술로

외로움과 통증을 달래던 그녀에게 또 다른 그녀가 다가온다. 그리고 그녀의 사랑은 세상

사람들에게 기억되지 않는다.

폐서인 봉씨가 된 그녀는 오라버니 손에 죽임을 당하고 사랑에 대한 마지막 항변을 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 그저 사랑하고 보니 사내가 아니었을 뿐입니다. 제가 사랑한 사람이 여인이었을 뿐입니다!"

그 말이 아픈 건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의 눈이 우리의 편협함이 부끄러워서였을 것이다.

 

사랑은 각각 다른 빛깔을 지내고 있다.

영롱하지 않다고 빛나지 않는다고 사랑이 아닌 건 아니다.

그저 조금 다른 빛깔을 조금 다른 향기를 지닐 뿐.

그래서 그녀의 사랑이 아프다.

사랑은 기록이 아닌 기억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소소한 감정마저 거세당한 그 시절 그들의 삶이

가여워 한동안 나는 그녀 난이를 기억할 것 같다.

아픈 사랑의 기록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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