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설계도
이인화 지음 / 해냄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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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나약함과 그로 인해 군림하기를 원하는 편과 공포에 떠는 편. 중재를 위한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그저 막연한 판타지같은 것이다.

폭력과 불균형으로 저울의 기울기처럼 삐딱한 세상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매일 접하는 뉴스 속에서 나는 길을 잃은 어른이 되어간다.

겨울이 시작되며 만난 책이 있다. 솔직히 제목과 표지가 공포스러워 선뜻 책을 열어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지옥설계도 (이인화 장편소설, 해냄 펴냄)"는 내게 그렇게 불쾌한 감정과 호기심을 자극한

책이다.

겨울 방학이 시작되며 조금 시간이 나자 나는 이 책을 야금야금 맛보기 시작했다.

낯선 음식에 길들여지듯 3주 남짓 나의 외출에도 동행했던 이 책은 괴기스러운 제목과 달리

인간에 대한 측은지심과 우리가 원하는 세상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시간을 제공했다.

중년의 김호는 살인사건에 투입되어 석연치않은 사건을 따라 진실을 파헤치려 애쓴다.

하지만 살인사건 뒤에는 강화인간과 그들의 모임이 존재한다.

초반에 책을 읽으며 나는 '뭐 이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다 있어?'라며 화를 냈다.

SF영화의 한 조각처럼 미끈하고 뜨거운 불안함에 안겨주는 도입에 나는 그저그런 삼류영화같은

줄거리가 제공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는 읽기를 포기했었다.

그런데... 이야기의 전개를 따라가며 무언가 닮은 것을 찾아냈다. 강화인간의 말에 등장하는

인페르노 나인, 공생당, 텔레파시... 마치 어느 게임의 스토리처럼 그들을 그들만의 세계 속에서

전쟁을 치루고, 무언가를 쟁취한다.

지옥설계도를 찾기위해 애쓰는 김호와 우리와 그들이 숨기려는 진실 그리고 그들의 메세지.

책은 마치 한 편의 이야기를 나누어 놓은 것 같다가 다시 다른 이야기를 불러들인 듯한 느낌을

주었다.

김호가 사건을 모두 해결하고 또 다른 임무를 권유받았을 때 나는 속으로 '이제 그만하시지..'

라는 말을 했다. 죽음의 문턱에서도 가족을 위해 포기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서 가장의 자리를

본 건 우리 앞에 놓여진 지금 해야할 일들에 대한 미련과 내 자리에 대한 욕심일지 모른다.

김호의 존재, 우리의 자리와 해야할 일들. 그것은 지옥설계도를 찾는 우리와 다른 그들에게도

우리만큼 절실한 것일 것이다.

우리가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 지옥설계도.

내가 읽은 새해 첫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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