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외전 - 이외수의 사랑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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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 더위가 지나고 나면 나의 가슴 시린 증상이 시작된다.

언제부터인지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그저 떠나간 이를 기억하고, 남겨진 이를 그리워하며 그렇게 시린 가슴을 안고 가을과 겨울, 봄을

보낼 뿐이다.

얼마 전 나는 "사랑외전 (이외수 씀, 정태련 그림, 해냄 펴냄)"이라는 이외수 작가의 새로운 책을

만났다. 툭툭 던지듯 무심하게 얘기하는 그의 글에서 위로를 받고 싶음은 물론이고 사랑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찾고 싶었다.

 

 

아무렇게나 빗어 넘긴 머리카락에 '네가 무엇을 아느냐?'라고 묻는 듯한 표지에

나는 나도 모르게 그에게 말을 걸었다.

'사랑이 도대체 무엇인가요?'

내게 사랑은 오래 참음이고 짊어진 어깨의 짐이고, 버릴 수도 가질 수도 없는

골치덩어리였다.

담담하게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는 마치 나를 두고 하는 말같아 고개를 끄덕이며

읽어 나갔다.

'그대 오늘은 사랑을 굶지 않으셨나요.'

그의 첫 인사에 나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의 허기를 들킨 것만 같아서

나의 오만과 이기를 그가 알아차린 것만 같아서.

 


 

그의 이야기는 마치 나는 꾸짖는 듯했다.

봄이 와도 심드렁했던 나, 누가 죽어도 '그렇구나.' 그저 고개만 주억거리던 나.

봄도 꽃도 내 마음이 평온하고 아름답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것임을 새삼 알게

되었다.

한동안 나는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대체 어쩌라는 거야?'라는 물음표를 던지곤

했었는데 이제 그의 이야기에 느낌표를 붙여본다.

 

 

나의 아름다운 때를 떠올리려 애를 써도 자꾸 현실에 발목을 잡혀 아름다움을 상처로

포장했던 시간들...

그는 글 속에서 나의 마음을 하나씩 풀어 헤쳐 상처를 돌보고 내게 말을 건넨다.

 

'사람이 그리울 때마다 유랑극단 주법으로 하모니카를 불었습니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어. 2절까지 부르고 후렴을 자꾸만 반복해도 끝내 찾아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순식간에 어둠이 깔리고 하늘에 별들만 하나둘 돋아나고 있었습니다." p.47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왜 누군가가 떠올랐는지 알 수 없다.

 

 

이외수 작가의 사랑법은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었다.

그저 있는 그대로 상대를 보고, 이해하는 것. 그것이 그가 제시한 사랑법이 아닌가 싶다.

정태련 작가가 그린 꽃과 새와 풀들이 글과 어우러진 이 책은 사랑을 잃은 혹은 사랑을

마주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나의 인생에 있어 잠들기 전 보고 싶어 떠오르는 사람이 이름이 얼마나 되는지 고민하게 한

이 책을 사랑에 목마른 모든 이에게 적극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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