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운수 좋은 날 / 빈처 ㅣ 올 에이지 클래식
현진건 지음 / 보물창고 / 2012년 4월
평점 :
중학생부터 성인이 함께 읽고 공감할 책들은 많이 나오지만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서 속
소설로 공감대를 형성할 이야기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시점에서 "운수 좋은 날 빈처 (현진건 지음, 보물창고 펴냄)"는 부모와 아이 세대가
함께 읽고 이야기나눌 수 있는 공감과 추억의 시간을 제공한다.
보물창고의 <운수 좋은 날 빈처>는 10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단편집으로 1, 2부로 각각
나뉘어 이야기가 묶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 시대를 그대로 비춰주는 <빈처>, <술 권하는 사회>, <운수 좋은 날>은 암울한
그때의 모습들을 여실히 보여준다.
처음 이 이야기들을 접한 나의 10대와 다시 읽기는 하는 30대의 느낌이 사뭇 다르다.
아내를 향한 미안함과 자신의 무능력 사이에서 갈등하는 남편의 모습이 그려진 <빈처>는
소위 공부 좀 하고 외국물을 먹어 막일은 아니되고 그렇다고 딱하니 기다리는 자리도 없어
세간을 조금씩 팔아 생활하는 아내와 나의 이야기이다.
아내는 짜증을 낼 법도 한데 남편을 향한 무한 기다림과 기대로 하루하루를 버틴다.
처형과 지인의 소소한 생활을 빗대어 혹여 아내가 자신의 무능력함을 원망할까 조바심을
내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들의 얼굴이 보인다.
아내는 그를 기다린다.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해내고 언젠가는 자신에게도 빛나고
일상적인 미래가 있을 거라는 희망을 안고.
단편 중 가장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운수 좋은 날>은 인력거꾼 김첨지의 이야기다.
아픈 아내가 오늘은 나가지 말라 애원하지만 김첨지는 돈을 구해 아내의 약을 먹을 것을
사고 싶어 아픈 아내를 뿌리치고 일을 나간다.
비내리는 거리에서 인력거를 끌고 오늘은 운수가 참 좋다... 생각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아내가 김첨지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인지 모른다.
아내는 김첨지가 도착하기 전 죽었다.
중학생 이상과 함께 읽으며 책과 관련 신문 기사를 함께 읽으며 짧은 글쓰기, 요약글쓰기
등으로 내용 정리를 하면 좋을 것 같고, 단편의 시대적 배경과 생활 모습 등을 알아보는
활동으로 책의 느낌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보내도 괜찮을 것 같다.
잊고 지내던 시간을 공유하는 시간... 추억속 여행이 필요한 모든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