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소중함을 배우는 시간 - 사료를 드립니다

사료를 드립니다 - 제8회 윤석중문학상 수상작 ㅣ 미래의 고전 27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1월

친구와 친구 사이, 나와 가족 사이, 우리 집과 이웃 사이... 수많은 관계 속에서 자기 자리를

찾기가 힘든 요즘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워줘야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이런 시점에서 "사료를 드립니다 (이금이 지음, 푸른책들 펴냄)"는 관계의 소중함을 배우는

시간을 제공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흔한 관계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들은 어찌보면

이야기의 소재와는 동떨어진 느낌이지만 작가의 말에서 소개한 이금이 선생님의 설명은

인상적이었다.

'하나의 씨앗이 뿌리를 내려 무럭무럭 자라나는...' 그 설명처럼 이 책에 등장하는 다섯 편의

이야기는 나의 마음을 무럭무럭 자라게 만들었다.

첫 번째 이야기 <조폭 모녀>는 학습지 교사인 엄마와 개그우먼이 되고 싶은 민지의

이야기이다.

같은 반 영민이를 좋아하는 민지는 평소 자신을 막 대하는 엄마때문에 내놓고 영민이에게

표현조차 하지 못한다. 하지만, 집에서와 달리 학습지를 함께 공부하는 영민에게 엄마는

꿈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영민에게 좋아한다는 고백도 받고, 엄마가 민지의 꿈을 지지한다는 것을 알고 서먹했던

엄마와 관계를 회복하게 된다. 

두 번째 이야기 <건조 주의보>는 공부 잘하는 누나 동생으로 사는 건우의 이야기다.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로 누나는 엄마에게 큰소리를 치고, 돈을 번다는 이유로 아빠는

엄마에게 야단을 맞지 않지만 공부도 못하고 게임만 하는 건우는 언제나 엄마의 야단

대상이다. 누나는 안구 건조증, 엄마는 구강 건조증, 아빠는 피부 건조증...

외톨이라고 생각했던 건우도 알고보니 마음 건조증.. 이렇게 그들은

건조증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가족이다.

세 번째 이야기 <몰래카메라>는 유나의 엉뚱한 상상으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발렌타인 데이에 준성이에게 초콜릿을 선물하고 싶지만 용돈에 인색한 부모님께서

주신 용돈이 있을리 없고 길에서 만난 할머니를 도와 드리며 몰래카메라의 주인공이

된 자신을 상상하는 유나. 하지만 할머니가 주신 건 낡은 복주머니다. 오백 원을 넣고

잠시 기다리자 정말 요술 주머니처럼 4만원이 넘게 오백 원짜리가 늘어난다. 유나는

친구와 간식도 사고 핀도 사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다시 한 번 주머니에 돈을

넣었지만 돈은 사라지고 대신 학원에 빠졌다며 야단을 치는 엄마의 전화를 받게 된다.

넘어진 자신을 도와준 언니에게 복주머니를 주고 그것이 좋은 결과든 나쁜 결과든 이젠

자신의 몫이 아니라 생각한다.

네 번째 이야기 <이상한 숙제>는 혜빈이네 선생님이 내주신 이상한 숙제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 달동안 아름다운 사람을 찾으라니... 모두들 어리둥절하지만 혜빈이는 정답인지

아닌지 모를 바보 오빠의 이야기를 쓰게 된다. 외모만 아름답다고 아름다운 사람이

되는 건 아니라는 아이들의 토론에 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바보같은 사람인지

아님 남들이 보기에 바보스러우나 자신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아름다운 사람인지

애매한 결론을 내버린 혜빈에게 선생님은 어떤 답을 주셨을까?

다섯 번째 이야기 <사료를 드립니다>는 갑작스런 캐나다행으로 더 이상

장군이를 키울 수 없는 장우네 이야기이다. 결국 분양을 꺼려하는 사람들에게 사료를

준다는 말로 분양할 가족을 찾지만 장우의 마음은 왠지모를 불안감이 가득하다.

외할머니가 편찮으셔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장군이를 찾아 나선 장우. 그러나 이제

장군이를 더 필요로 하는 곳이 있는 장우는 장군이를 더 이상 찾지 않기로 한다.

다섯 편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물음을 수시로 던지게 되었다.

수줍어서 또는 나만 외톨이가 된 것 같아서 가족과 혹은 친구들과 동떨어져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작은 해결법을 알려 주고 싶다면 이 책을 함께 읽어보기를 권유한다.

초등 중학년 이상과 함께 읽으며 주인공의 성격을 브레인 스토밍이나 생각그물로

정리하고, 사건별로 일어나는 주인공의 심리변화를 아리랑 고개 등을 이용해

심리변화 곡선을 완성해봐도 좋을 것 같다.

또한 주인공에게 편기쓰기로 내용 정리를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관계의 소중함을 배우고 싶은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이 책을 주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