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이야기 - 나의 철부지 아빠

나의 철부지 아빠 - 제9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ㅣ 미래의 고전 26
하은유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11월

날씨 탓인지 가슴 속이 서늘하다. 따뜻한 이야기들로 얼어가는 가슴 속을 말랑하게 만들고 싶다.

그러다 발견한 이야기들이 참으로 따뜻해 소개해본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따뜻한 이야기에 허기진 요즘 "나의 철부지 아빠 (제9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푸른책들 펴냄)"는 아이 못지 않게 어른들에게도 따뜻함을 제공한다.

독특한 소재가 등장해 관심을 가졌던 이야기 속 '나의 철부지 아빠'는 한부모 가정의 이야기로

미혼부인 아빠와 아들의 이야기이다.

총 9편의 동화로 이루어진 이 동화집은 소소한 일상에서 느껴지는 가족, 이웃, 친구 사이에 일어날

만한 일들을 따뜻하게 엮어냈다.

1. 환승입니다! - 환승이라는 이름때문에 버스를 탈 때마다 놀림을 당하던 환승이는 아빠의 가출로

집안이 엉망이 되자 친구들의 놀림 따위는 귀찮다. 엄마가 다시 힘을 얻어 아빠를 찾아 나서고

전처럼 아빠는 아무 일없다는 듯 집으로 돌아온다. 버스에서 친구들이 '환승입니다'라는 멘트에

자신을 놀려도 웃을 여유가 생긴 환승이는 생각이 더 자람을 느낀다.

2. 척, 보면 알아요! - 12살, 강 찬이는 열병을 앓고 난 후 볼 수 없다. 기억이 흐려지는 할머니와

화투로 색을 읽히고 친구처럼 지내는 찬이. 할머니의 억지스런 색공부가 좀 지겹지만 할머니의

마음을 알기에 짜증내지 않는다. 할머니는 찬이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할까 걱정을 하고 찬이는

척, 보면 알 수 있다고 할머니를 위로하며 이야기는 끝난다.

3. 마법을 부르는 마술 - 마술로 인기를 끄는 효성이는 멋진 말로 폼을 잡는 성영이 별로다. 더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채윤이 앞에서 멋진 말을 해대는 성영이는 더욱 싫다. 발표회에서 효성이와 성영

이는 같이 마술 무대에 오르게 되고 채윤이에게 무언가를 받는 성영의 모습을 본 효성인 성영의

마술 도구를 망가뜨린다. 하지만 성영의 엄마가 몸이 불편하시다는 사실을 알고 채윤이 전한 건

효성에게 전해달라는 꽃다발인 것을 알고 이내 반성하고 자신의 도구와 성영의 도구를 바꾸자고

한다. 마술 무대는 시작되고 둘 다 성공적인 무대를 만들어낸다. 마법을 부르는 마술이었을까?
4. 내 얼룩이 - 다문화 가정의 아이 동우는 언제나 깜시로 불리운다. 친구도 이름도 없는 아이는

자신의 처지와 닮은 강아지를 발견하게 되고 이내 얼룩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친구가 된다.

친구들이 얼룩이에게 돌을 던지면 놀아주겠다 제안을 하고 동우는 얼룩이에게 돌을 던진다.

하지만, 정작 고개를 돌린 건 얼룩이가 아닌 동우였다. 이제 동우는 생각한다. '얼룩이만 살려

달라고... 다시 친구가 되겠다고.' 소외된 아이들의 눈물을 본 것 같아 부끄럽고 아픈 동화였다.

5. 너, 그 얘기 들었니? - 하은이와 강민이 사귄다는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퍼져 나간다.

나는 아이들 속에서 그 이야기를 부풀리며 즐거워한다. 그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는 말을 들었

음에도 소문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이제 나는 진실이 뭔지 알기에 당하는 이의 마음을 알기에

이 상황이 끝났음 싶다. 아이들의 수근거림 속에서 소리를 지른다.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비밀스레 시작된 소문은 결국 아이들을 편가르기에 이른다.

6. 공짜 뷔페 - 꿈나무 카드로 분식집에 갔다 상처를 받은 동생, 선생님의 결혼식에서 뷔페를 먹고

온 형.. 둘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정말이지 미안한 어른이 된다. 뷔페를 먹고 싶다는 동생의 말에

형제는 편지 봉투에 천원과 편지를 써넣고 식사권을 받아 뷔페를 먹는다. 형이 아프자 동생 혼자

웨딩홀에 가 똑같은 방법으로 식사권을 얻고 관계자에게 걸려 야단을 맞을 찰나, 한 아저씨의 

도움으로 형에게 줄 음식을 얻는다. 동생이 뉴스에 나온다. 형과 동생은 다시 씩씩한 형제로

돌아온다. 조용하던 집에 전화벨이 울린다. 엄마일까?
7. 우리에게 필요한 마법 가면 - 지웅이를 괴롭히는 성민이 형, 형 앞에만 서면 지웅이는 말을

더듬는다. 그러다 발견한 마법 가면 가게에서 지웅이는 마법 가면을 빌린다. 꿈에 지웅이는

마법 가면을 쓰고 용감하게 악당을 물리친다. 이제 지웅이는 겁나지 않는다. 마법 가면 덕에.

알고보니 성민이 형은 더 큰 형들에게 시달리고 있었다. 지웅이는 마법 가면을 형에게 선물한다.

하지만, 그것은 마법 가면이 아닌 가면 포장이다. 마법 가면을 쓰고 성민이 형은 더 큰 형들에게

매를 맞는다. 자신의 의견을 똑부러지게 말하는 성민이 형은 더 이상 아프지 않다.

8. 오늘은 - 오늘은 다정이에게 동생이 생기는 날이다. 동주는 다정이 보다 세 살이 어린 남자아이다.

다정이 역시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동주에게 알리고 다정은 동주와 진짜 남매가 되고 싶다.

오늘은 다정이에게 행복한 날이다. 한 가정의 공주와 왕자로 더욱 행복할 것이다.

9. 나의 철부지 아빠 - 경태는 아빠와 둘이 산다. 매일 반찬을 사 밥을 먹고 철없는 아빠는 친구들을

데리고 와 라면을 끓여먹은 냄비마저 닦지 않지만 하나 밖에 없는 가족이다. 엄마가 돌아가신 줄만

알았는데 알고보니 어린 아니에 경태를 낳고 집을 나가신거란다. 아빠는 경태에게 엄마를 찾아주려다

사고가 나고 철부지 아빠지만 내가 사랑하는 아빠임을 확인하게 된다. 처음으로 경태의 생일상을

차려준다며 큰소리를 치는 아빠... 경태는 아빠가 만들어준 떡볶이를 먹었을까?

아홉 편의 이야기를 모두 읽고 나는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뉴스나 신문에 실린 아픈 이야기들을

어쩌면 이리도 부드럽게 풀어냈는지... 초등 중, 고학년들과 함께 읽으며 사회면 기사와 더불어

논술 수업을 진행하며 이웃, 가족, 친구들의 소중함과 편가르기가 얼마나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나는 다 큰 어른이다.

하지만 아직도 다 자라지 못한 마음이 어느 구석에 있었던 모양이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