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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체 (반양장) - 제8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사계절 1318 문고 64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0년 8월
평점 : 
'합★체 (박지리 지음, 제8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펴냄)'는 지금껏 내가 알고 있던
성장 소설 중 가장 유쾌하고 가장 가슴 저린 소설이다.
아주 오래된 이야기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 쏘아 올린 작은 공' 이 언급되며 이야기는 조금 우울한
기류를 타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1학년생 쌍둥이 오합, 오체.
문득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다 '오체불만족'이라는 책이 떠오르는 건 뭔지.
나는 한참 오체불만족, 체 게바라, 난쏘공이라는 말들이 머릿속에 가득해짐을 느꼈다.
합과 체는 아이들 사이에 섞여 있어도 도드라지는 외모를 가진 아이들이다.
좋아하는 여자 아이가 있고 공부를 해 좋은 대학에 가고 싶고 다른 아이들과 비슷한 키를 갖고 싶어
하는 평범한 아이들.
작은 키로 스트레스를 받던 어느 날 약수터에서 만난 도사의 말을 들은 체는 방학을 이용해 합과
계룡산으로 떠나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 수련으로 시간을 보내다 라디오에 소개된 가짜 도사의 사연을
듣고 집으로 돌아온다.
'하필 그 때 그 사연을 들을 게 뭐람...' 나는 아이들이 수련의 시간을 모두 채우고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바랬는지 모른다.
집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같은 일상을 다시 반복한다.
하지만, 합과 체는 전보다 모든 일에 더 적극적인 모습이 되었다.
합체를 해야 또래 아이들의 키가 되는 합체가 아닌 함께 있어 행복하고 힘이 되는 합체로 말이다.
계룡산 기슭에서 갈고 닦은 농구 실력으로 아이들 사이를 누비는 합과 체의 모습이 눈부시다.
더 정확히 그 아이들이 뛰어 오르는 모습은 아름답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세상의 잣대나 눈 따위는 초월한 그 아이들의 모습.. 상상만으로도 가슴 벅차다.
이제 합과 체를 누구도 함부로 보지 못할 것이다.
난쏘공이라 놀리던 구병진의 얄미운 얼굴 따위는 무시해도 좋다.
합과 체는 몰랐다 그 사이 아주 작은 변화를... 키가 자라 교복 바지가 깡총 올라간 것을...
햇살이 눈부시다. 합과 체의 웃음 만큼이나.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그저 그런 성장 소설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시큰둥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나도 모르게 합과 체의 모습에 빠져 들었다.
얄미운 구병진의 뒤통수를 소리나게 치고 싶을 만큼.
비계를 가지고 떠난 계룡산 기슭의 아이들이 부럽고 안쓰러웠다.
라디오 사연을 듣고 적잖게 실망했을텐데 아이들은 나와 달랐다.
포기하지 않는 아이들의 열정이 부러웠다.
그리고... 짧아진 교복 바지 부분에서는 희열이 느껴졌다.
유쾌함이 가득한 이야기, 합과 체의 키를 향한 노력이 포기하지 않고 달리는
다리가 자랑스럽고 부러웠다.
난 무엇을 생각하며 살고 있는지...
가슴 뭉클한 합과 체의 이야기는 내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