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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아 2집 - 잔상
정민아 연주 / 소니뮤직(SonyMusic) / 2010년 2월
절판

오락가락 날씨가 마음만큼이나 널뛰기를 한다.
무언가 마음을 추스릴만한 것이 필요하다.
창 밖에 비가 조금씩 내린다.
바람도 나무가 춤출만큼 불어준다.
'4월 마지막 주를 이렇게 보낼 수는 없어!'
나는 작은 외침과 함께 뒤적뒤적 오늘 들을 음악을 찾는다.
숙명의 가야금 연주를 듣고 나는 가야금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예전 사극에 등장하던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은 그냥 그런 선율이 아닌 마음을 음직이는 가볍거나 혹은 아름다운 선율.
정. 민. 아... 낯선 이름의 그녀가 殘像 ( 빛의 자극이 제거된 후에도 시각기관에 어떤 흥분상태가 계속되어
시각작용이 잠시 남는 현상으로 양성잔상(陽性殘像)과 음성잔상이 있다. 영화나 텔레비전의 영상은 양성잔상을
이용한 것이고, 음성잔상은 각기 다른 색을 나란히 놓았을 때 그 각각의 색은 그것이 단독으로 있을 때보다 빛깔이 옆에
있는 색의 보색에 접근되어 있는 듯이 보이는 현상 -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담아 옴) 이라는 이름의 음반을 만들었다.
다소곳 가야금 앞에 앉은 그녀가 궁금하다.
10곡이 수록된 이번 음반에는 서영도의 베이스와 기타 연주가 어우러져 가야금 특유에 구슬픔 이외에 새로움이 느껴진다.
6번에 수록된 영화 <시네마 천국>의 (사랑의 테마)는 내가 너무 좋아하는 곡이다.
듣는 내내 나는 흥얼흥얼... 아름다운 영화의 장면들을 떠올린다.
봄꽃이 흐드러진 저녁 가로등 밑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기분이 들어 나는 음악을 들으며 괜히 볼이 붉어진다.
나의 마음은 봄이 짙어지면서 점점 메말라갔다.
일을 해야 할 시간에 종종 딴 생각에 집중하여 번번이 마쳐야하는 기한을 넘기고 깊은 잠을 자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그렇게 슬픔인지 아픔인지 게으름인지 알 수 없는 시간을 보내는 어느 봄날 정민아라는 낯선 연주가를 만났고 그녀의 가야금
선율에 모든 감정을 실어 울고 웃었다.
(바람 속을 걷다), (리진), (잔상)의 두 가지 서로 다른 연주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무엇을 보고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
음악을 들으며 나는 나에 대한 짧고 가벼운 질문을 던져 본다.
정민아의 연주는 다소곳한 그녀의 모습만큼이나 깔끔하고 섬세하다.
듣고 또 들어도 새롭고 어느 새 흥얼흥얼 나도 모르게 그녀를 따라 연주를 하고 있다.
그녀의 음악이 내게는 또 다른 잔상이다.
10곡의 연주가 끝났음에도 내 마음 속에서는 연주가 계속되고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원래 가지고 있었던 나의 음악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