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12 - 가족, 세상에서 가장 예쁜 행복을 그리다
허영만 그림, 김세영 글 / 김영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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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12번째 이야기

<가족, 세상에서 가장 예쁜 행복을 그리다>

언젠가 신문 구석에서 발견한 이 만화를 나는 빠짐없이 챙겨보는 어른이 되었다.

그리고 한 동안 잊혀졌던 만화...

출판사 책을 둘러 보다 이 책을 발견하고 나는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렸을 때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던  <사랑해>를 책방으로 데리고 왔다.

 

1권부터 12권까지 석철수와 나영희는 때로는 뜨겁게 때로는 차갑게 사랑하고 미워했다.

그들이 만들어낸 지우라는 작품과 멍멍이 썰렁이와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나 또는

우리의 일상처럼 단조롭고 시시했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동화 속 공부님이나 왕자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표지에는 등산을 간 철수, 영희, 지우가 등장한다.

서로 손을 잡아주고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 커다란 바위 위로 오르는 평범하고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말이다.

 

12권에는 759화~814화까지 55편에 이야기가 실려있다.

책 첫 장에 그 남자, 그 여자가 마주 보고 앉은 그림 옆으로 이런 글귀가 있다.

사랑이란 끝의 시작이 아니라 시작의 끝이고

46년 동안 싸우고도 더 싸울 수 있는 것이며 1년 365일이 날마다 축제일이며

가슴 아픈 기억이 다시 사랑하는 힘이 되는 것

'끝의 시작이 아니라 시작의 끝이고...'

처음 이 말에 나는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4년 남짓 나의 연애 생활과 4년 남짓 결혼 생활을 하며 365일 중 360일을 싸우는

나와 남편의 삶을 보는 듯해 가슴이 아프고 눈물과 웃음이 났다.

그 남자와 그 여자가 만나 하나에서 둘이 되고, 한 집에서 같이 살게 되고...

어느샌가 또 하나의 가족이 탄생하는... 사랑은 그렇게 시작의 끝이 되고 다시 사랑할

힘을 얻는 것인 것 같다.

연애기간 내내 서로에 대한 눈부심으로 보이지 않던 단점들이 보이고, 함께 살면서 서로에게

소홀해짐을 느끼며 오는 고독과 외로움...

55편에 이야기를 읽는 내내 나는 사계절을 보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랑에 빠져 모든 것이 아름답고 아지랭이처럼 뿌연 봄, 시원한 소나기를 만난 듯 격정적인

여름, 함께 있어도 다른 곳을 보는듯 뜨거움이 식고 솔솔 찬바람이 스미는 가을, 마주잡은 손,

서로를 보듬어 안는 겨울...

사랑의 기복과 사계절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책을 덮으며 나 역시 세상에서 가장 예쁜 행복을 그리고 싶어졌다.

철수와 영희의 일상을 빌려 본 나의 모습들...

반성하고 반성하며 곁에 있는 나의 남편을 떠올린다.

'다시 태어나면 나랑 결혼할거야?'

오늘 나는 이 질문을 할 것이다.

다 나은 가정을 만들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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