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치 - 제7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미래의 고전 11
보린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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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용이 파란, 빨강 여의주를 쥐고 어딘가를 보고 있다.

그 곁에 서서 용과 같이 먼 어딘가를 향해 눈을 뜬 그 아이 뿔치가 서 있다.

처음 이 책을 받고 나는 어째야 하나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용이 나오고, 당할머니가 나오는 이야기라...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아닌데...'

하지만 그런 우려도 아주 잠깐... 그들의 이야기는 나를 흡수하여 같은 공간에

머물게 하였다.

 

당할머니가 돌아가시자 끝말 사람들은 부정이라는 이름표를 달아 뿔치와 살강이는를

이무기가 사는 곳으로 보내어 버린다.

'그 어린 아이들에게 부정이라니...' 책을 읽어 나가며 나는 나도 모르게 마을 사람들을

미워하기 시작했다.

돛의 씨앗과 목숨을 바꾸기로 한 뿔치의 여행은 이무기를 만나며 시작되고, 어려울 때마다

검무기의 달콤한 말로 목숨과도 같은 돛의 씨앗을 하나씩 사용하며 펼쳐진다.

이 둘의 여정은 죽음을 각오한 절실한 것이며 용왕을 만나 자기가 누구인지 묻기위한

자기 자신을 찾는 과정이기도 했다.

뱃사람들에게 속아 해적이 되고, 마음 착한 해적으로 자기들로 인해 망가져버린

어느 섬마을 위해 일을 꾸민다.

그리고 아이들은 깍짓동과 곰치를 만난 따스함을 느낀다.

당각시 살강이와 뿔등에서 태어난 뿔치...

이 두 아이는 그렇게 자신이 누구인지 알기위해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결국 용왕을 만난다.

운명이란 참으로 잔인한 영화와 같아서 뿔등에서 태어난 이가 다름아닌 살강이라는

사실을 알고 살강이는 껍질을 뚫고 나와 푸른 용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조금 더 자란 뿔치...

결국 뿔치는 이무기에게서 자신을 구할 용기와 힘을 얻었다.

나는 그냥 뿔치라고 외치는 뿔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해 나는 한참을 마지막 절규 부분을

읽고 또 읽었다.

<아들 뿔치 태어나다>

뿔치 아버지에게 뿔치는 그냥 아들 뿔치일 뿐 부정도 죄인도 아니였던 것이다.

 

부정이라는 보이지 않는 밧줄로 뿔치와 살강이를 괴롭히던 마을 사람들은 이제 아무도 그 때

일을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살강이라는 푸른 용인 아이와 지금 건강하고 성실하게 배를 타는 뿔치만 기억할 뿐.

뿔치와 살강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내며 나는 사춘기를 겪어내는 우리의 아이들을 떠올려

보았다. 

'아이들도 이렇게 자신을 찾아낼 수 있을까?'

자아, 정체성의 혼돈으로 꿈도 현실도 아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금...

아이들은 자신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것을 아직은 알지 못 할 것이다.

나 역시 그런 혼돈의 시간을 보내며 어른이 되었듯 아이들 역시 혼돈의 시간을 겪어내며 어른이

될 것이다.

참고 견뎌내면 분명 자신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말... 아이들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이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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