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터 걸 푸른도서관 35
이은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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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를 보며 나는 푸핫~ 웃음이 먼저 나왔다.

연두, 주황, 노랑, 빨강, 파랑 등등 강렬한 태양빛에 반사된 유리창처럼 투명하게

느껴지는 다소 촌스러운 그 색들이 너무도 풋풋해 웃음이 나왔다.

<스쿠터 걸>은 네 명의 각기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작은 이야기 책이다.

사춘기 아이들의 여과없는 모습들... 그 모습이 나는 참으로 가슴 시리게 부럽다.

나의 사춘기 시절은 혼돈의 연속이었다.

공부, 아빠의 실직, 아빠의 재기, 엄마의 건강 악화... 갑작스런 친구의 이민과 가출.

이렇게 다양한 시절을 지내며 나는 마음을 겉으로 표현하는데 매우 서툰 어른이 되었다.

 

<바비를 위하여> 현실이의 다이어트 이야기로 떠나간 아빠에 대한 미움과 자신과 함께

하는 엄마에 대한 연민과 그런 엄마를 닮아가는 자신 사이에서 방황하는 모습과 학교 규율

, 외모를 중시 여기는 우리들의 모습을 끄집어 냈다.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편부, 편모의 가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을 재미있고 슬프게 그려냈다.

<Hey, yo!Put your hands up!> 연예인에 대한 동경과 애정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일을

세나의 일상과 가정으로 축소시켜 보여주었다.

나에게는 단 하나의 별이지만 그 별에게 나는 아무것도 아니였다는 것을 알게된 세나.

어쩌면 그 상처로 인해 세나는 더 많이 자랄 것이다. 그 별보다도 더...

<야간비행> 최고, 최상을 지향하는 부모님과 그 안에 갇힌 예나의 이야기를 읽고

나는 마음이 무거웠다. 우리 시대에 진정한 교육이 무언지 아이들에게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조금은 혼란스러웠다.

'진정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가 아닌 '이 안에서 최고가 되어라!'

를 가르치는 요즘... 예나의 마음을 훔쳐 본 나는 부끄러운 어른이다.

<스쿠터 걸> 기러기 아빠였던 연어의 아빠와 연어의 이야기.

오빠를 위해 엄마는 희생을 하고, 가족을 위해 일하던 아빠는 암을 얻었다.

풋사과색 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학생 연어. 가족을 위해 희생만하는 아빠도 오빠를

위해 헌신하는 엄마도 미운 연어... 그 아이의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연어의 가족 뿐이다.

아빠에게 힘을 주는 응원 메세지를 날리며 자신을 찾기위해 달리는 연어의 풋사과색

스쿠터를 나도 한 번쯤은 만나고 싶다.

 

나의 사춘기는 책과 편지, 짜증과 울음으로 채워졌다.

어른도 아이도 아닌 그 시기에 나는 많은 작가를 만났고 그들이 써내려 간 글들로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만약 내가 그 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어떤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까?' 곰곰이 생각을 하다

나는 <스쿠터 걸>의 연어 모습과 같았으면 하고 바래본다.

헬맷을 쓰고 바람을 맞는 내 모습... 상상만으로도 자유롭고 신이 난다.

어른이 되기위한 통과의례처럼 사춘기에 겪어내는 통증들은 비슷비슷한 모양을 하고있다.

그 통증을 풀어내 재미있고 슬프게 그려낸 이 책이 나는 참으로 마음에 든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나의 사춘기를 추억한다...

아주 오래되고 빛바랜 사진을 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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