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불구불 곱슬머리,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땡글 땡글한 까만 눈, 키는 좀 작지만 야무지게 생긴 녀석....' 이렇게 소개된 기찬이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구쟁이 아이이다. 그런 아이가 상상력 천재가 되다니.. 책표지에 등장한 기찬이는 물컵을 노려보며 무언가 아주 심각한 일을 하는듯 두 눈에 힘을 잔뜩 주고 있다. '무얼까? 저 녀석 무얼 저리 노려보고 있는 걸까?' 나는 괜히 마음이 분주해졌다. 혹시 물컵 속에서 무얼 발견한 걸까? 아님 물 속에서 무언가가 나오는 걸까? 기찬이를 따라 나도 표지에 물컵을 노려본다. 기찬이의 일상은 여느 아이들과 다를게 없다. 아빠와 엄마, 여동생, 기찬이 이렇게 단란한 가족 안에 있는 행복한 아이이고, 늦잠을 자기위해 잠만보가 되기도 하고 학교에 빨리 가기위해 제트기가 되기도 하는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이다. 거꾸로 놀이나 반사 놀이도 아주 즐겨하는 기찬이는 어찌보면 이웃집 꼬마처럼 친근함 이 느껴지기도 한다. 답답한 서예전시회를 피하기위해 친구의 초대를 간절히 기다리지만 초대 받기를 포기하고 친구를 위해 초대를 하는 마음 착한 아이. 그리고 문제의 표지 그림을 읽어낸 부분에서 나는 커다란 웃음이 비집고 나와버렸다. 휴일 아침 잠에서 일찍 깨어버린 기찬이는 심심한 나머지 초능력 놀이에 빠져든다. 물컵을 노려보며 '떨어져라~ 떨어져라~' 주문을 외우는 초능력 천재 기찬이. 결국 물로 인해 미끄러져 버린 물컵이 깨져 버리지만, 기찬이는 자신의 초능력으로 컵이 깨졌다고 믿으며 콩닥콩닥 뛰는 가슴을 진정시킨다. 미술관에서 풍선으로 장난을 치는 동생 민지를 따라다니는 엄마를 보며 '날아가라~ 사라져라~' 초능력을 쓰는 아이의 천진함에 눈 앞에서 사라진 엄마와 민지를 다시 '나타나라'며 또 다른 초능력에 힘을 모으는 아이의 순진함에 내 가슴 역시 콩닥콩닥 거렸다. 그리고... 어릴적 나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신데렐라>, <백설공주> 등 불쌍한 공주 이야기에 빠져들어 세상의 모든 새엄마들을 미워했고, 유리구두를 사고 싶어했으며 사과를 먹지 않았던 나의 순박하고 여린 마음이 몹시도 그리워졌다. 기찬이를 만나면 행복한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라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기찬이를 만나면 이웃집 아이를 만난듯 반가워 커다랗게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나누고 싶다. 기찬이는 상상력 천재이기도 하지만 유년의 나를 찾게 해준 마법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