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딩
박광수 글.그림, 김유철 사진 / 홍익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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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처음 그를 만났을 때 그는 어느 신문 귀퉁이에 <광수생각>이라는 생각하는 만화를

연재하고 있었다.

매일 아침... 나는 신뽀리의 눈과 마음을 빌려 세상을 엿보는 어른이 되어가고...

그리고 그를 잊었다.

한동안 그는 내가 아는 어느 곳에서도 만날 수 없었고...  서점 한구석에 그의 이야기가 묶여 나온

이야기책이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본 기억이 나는 듯하다.

나는 이제 세상의 짐을 적당히 짊어진 30대 중반이 되었다.

그리고... <광수생각>이 아닌 <해피엔딩>으로 그와 마주한다.



남겨진 자와 떠나간 자의 이야기를 하는 그의 글은 담담하고 심심하고, 가슴이 아프다

사진을 보며 읽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툭~! 떨어진다.

 

나 역시 지난 9월 남겨진 자가 되어 검은 상복에 갇혀 떠나간 어른과의

일들을 추억하고 추억하는 일을 반복한 적이 있다.

전에는 알지 못했다.

숨을 거두는 순간 영혼의 무게 21g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떠나간 자의 얼굴에 평온이 깃든다는 것을...

 

사진에 마음을 빼앗겨 나는 책을 읽는다기 보다 본다는 의미에 가깝게 며칠

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해. 피. 엔. 딩....

'인생의 마지막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나는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걸까?'

책 중간 중간 나는 이런 질문을  나 자신에게 해대며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다.

가볍고, 빠르게, 어느 누구보다 더 나은.... 매일 아침 나는 이런 구호를 속으로 백만 번 정도

외치며 사람들 속에 섞인다.

하지만... 인생은 거짓말처럼 씩씩하고 해맑게 살기 원하는 나를 짓밟고 가둘 때가 있다.

신께서 허락하신 시간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내게...

 

책을 읽는 내내 박완서의 <오주 오래된 농담>이라는 소설이 떠올라 하는 수 없이 두 권의 책을

함께 읽어 내렸다.

생은 언제나 정답이 없듯 나의 삶 역시 어느 한부분이 거짓이고 농담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내 곁에 있을 때 느끼지 못했던 감사와 사랑... 은 그 사람의 부재로 절실하게 느껴진다.

인간의 어리석음...

그래서 나는 신이 아닌 인간인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죽기전에 해야할 일 일곱 가지를 이야기한다.

나는 죽기 전에 이 일을 다 할 수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나를 찾고, 이겨내고 싸우고.... 결국 나를 찾는 일...

나는 언제나 내게 하늘을 날아오를 날개가 없어 쉼없이 걷고 달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투정이며 엄살이었다.

날개는 자기 자신이 달아야 하고 그것을 움직여 힘찬 날개짓으로 날아올라야 한다는 것을 ...

어리석은 나는 알지 못했다.

농담같은 인생의 해피엔딩을 위해 나는 나를 찾아 떠날 것이다.

크고 힘찬 날개짓을 하게 될 나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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