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좀 내버려 둬 - 제7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초등 개정교과서 국어 5-1(가) 수록 미래의 고전 12
양인자 외 7인 지음 / 푸른책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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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은듯 두 손을 쫙 펴서 얼굴을 가린 아이가 웃고 있다.

비오는 날 내려다 본 운동화와 우산 끝, 이불을 돌돌 말고 뒹굴거리는 아이,

그리고 어딘가에 누군가로 인해 갇혀 있는 듯한 아이가 있다.

책표지를 읽으며 과연 누가, 왜 자신을 내버려 두라고 말하는지 궁금증이 더해졌다.

제7회 푸른문학상 동화집인 <날 좀 내버려 둬>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아이들이 뒤섞여 아홉 편의 짧은 동화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 개성도 주인공도 고민거리도 다른 이 이야기들은 사람을 끌어당겨 마주앉게 하는

마법사의 주문같았다.

 

벌레 -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 폴리의 죽음으로 말문을 닫은 재원이와 동식이의 말문 열기

이야기로 재원의 마음 속 벌레를 동식이 잡으며 재원은 말을 찾고, 동식은 마음 속 짐을 훌훌

털어낸다.

꼬마 괴물 푸슝 - 승미와 주광이의 가족되기 이야기. 새엄마가 데리고 온 조금 다른 아이 주광

울 통해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을 배우는 승미의 이야기로 꼬마 괴물 푸슝이라는 재미있는 제목이

인상 깊었다.

지페, 수의를 입다 - 두기네 집에서 일어난 한바탕 소동. 치매인 두기 할머니의 낡은 옥장판을

버리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버린 옥장판 속에 돈을 찾아라... 두기네 가족이 행복한 상상을

하며 쓰레기 더미를 뒤지지만 모두 허사.. 하지만 돈은 할머니의 수의와 함께 있었다.

동생 만들기 대작전- 후원을 통한 사랑 실천을 몸소 보여준 윤지.. 돈이 드는 후원보다 이웃

지수에게 또 다른 가족 사랑을 느끼게 해준 윤지의 의젓함에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날 좀 내버려 둬 - 집을 나간 엄마.. 그리고 남겨진 아이 채민이의 이야기. 어른들은

채민이 볼 때 그저 불쌍하고, 가정 환경이 좋지 않은 아이라는 편견의 눈 뿐이다.

채민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격려와 사랑을 주는 것이 얼마나 채민이를

행복하게 하는 것인지 알려 준 이야기였다.

다미의 굿 샷 - 미혼모의 딸.. 가난과 아빠자리의 부재, 다미는 그 중에서 골프 선수의 꿈을

키워 나간다. 환경으로 인해 꿈을 포기한다면... 다미의 이야기는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다미와 엄마의 용기가 아름답게 그려진 이야기이다.

초원을 찾아서 - 성연이의 엄마찾기... 몽골로 새엄마를 찾아나설 준비를 하는 성연이의

이야기는 다문화 가정의 문제점을 보여주었다. 결국 어용 엄마가 말한 초원을 달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던 성연은 이제 엄마를 가슴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푸른 목각 인형 - 공부, 성적, 특목고, 선행학습... 흔히 신문이나 뉴스 혹은  엄마들이 모인 곳

에서 들을 수 있는 우리 교육의 아픈 현실을 유진이의 일상에서 읽어낼 수 있었다. 툭툭~ 자신을

움직이던 줄을 끊어버리는 유진이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자장면 - 지수와 욕쟁이 할아버지가 함께 하는 자장면 파티. 아파트

라는 개인적 공간에서 서로 인사조차 나누기를 꺼려하는 요즘... 가슴 깊이 와닿는 이야기였다.

서로를 알지 못하며 계속 오해와 불신을 쌓아 자기만의 성을 만드는 우리들의 모습 같아 씁쓸했다.

 

아홉 편의 동화를 읽으며 나는 마음의 키가 쑥 자란 기분이다.

세상을 향해 입을 달싹거려 속마음을 나누기 위해 우리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

그 눈이 나는 참으로 가슴 아프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살이의 틀을 깨기보다 몸을 웅크려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아이들 모습이

그려져 둘둘 말린 몸에서 나는 소리는 '날 좀 내버려 둬'가 아닌  '날 좀 도와줘'라는 절박함이라

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정말 내가 널 내버려 두길 바라니?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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