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나무정의 기판이 푸른도서관 34
강정님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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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나무정... 마을 이름이 참으로 정겹다.

기판이의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이야기는 기판이의 할아버지, 할머니와

아버지와 아버지 형제들로 이어지고.. 기판이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이야기

대목에서 비로소 기판이의 모습을 찾아낼 수 있다.

나무가지의 그림자와 두 아이의 그림자...

푸른 여름의 숲같은 느낌이 드는 표지를 보자 나는 마음이 벌써 밤나무정에

도착한 기분이 든다.

강정님 작가의 <날아라 태극기>를 읽고 한동안 나는 마음 속에 바람이 불어

펄럭펄럭 태극기가 날아 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에는 기판이의 이야기로 나의 마음은 벌써 푸른 들판, 갖가지 이름모를 꽃과

한 겨울 꽁꽁 언 논바닥에 썰매를 타는 아이들 모습이 가득하다.

 

기판이의 어머니인 안골댁을 참으로 알 수 없는 여자이다.

시샘을 하고, 남이 잘되는 것을 절대 못 보는 성격의 그녀는 아들인 기판이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사랑으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어머니가 된다.

우직하고, 말이 없고, 욕심이 없는 아버지와 달리 기판의 어머니인 안골댁은 기판이를

위해서라면 유난스러운 짓도 창피함을 무릅쓰고 해 낼 진정한 어머니인 것이다.

기판이는 그런 어머닌 밑에서 말이 없는 착한 아들로 자란다.

자기로 인해 수박 서리를 망치자 집에 있던 닭 두 마리를 슬그머니 친구들에게 바치는

소심한 아이, 말 수가 적고 여린 기판이는 두복이와의 싸움이 아니였다면... 자전거만

망가지지 않았더라면 행복한 밤나무정 기판이로 늙어갔을 것이다.

두복이와의 싸움 후 머리를 맞은 탓인지 급격하게 변해가는 그의 모습에 안골댁은

보살에게 기판이를 보내지만 순탄치는 않다.

광주로 나가 그는 칠성파에 들어가게 되고 결국 죽음을 맞는다.

어릴적 엄마보다 따뜻했던 누이의 꿈 속에 나타나 자기의 죽음을 암시한 기판이는

누이와 친구들에게 환한 빛으로 남는다.

 

기판이의 마을 밤나무정을 떠올리면 마음이 포근해진다.

기판이의 유년의 따스함이, 천진함이, 웃음과 눈물이 가득한 밤나무정...

투박한 사투리가 가득해 더욱 오래 기억에 남는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기판이는 짧은 생을 마감하며 많은 이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남겼다.

추억할 것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행복했다는 것이 아닐까?

작가가 우리에게 남기고 싶은 것은 이런 행복이 아닌가 싶다.

밤나무정의 모습, 마을 사람들의 인심, 아들을 사랑하는 어미의 마음, 남겨진

자들의 소망... 그리고 추억...

밤나무정의 기판이는 아니 세상에 판을 칠 판철이는 그렇게 평온한 모습으로

자기가 나고 자란 밤나무정으로 돌아와 긴 잠을 청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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