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 봐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4
로리 할스 앤더슨 지음, 고수미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성폭행, 갇힌 삶, 숨죽임, 답답, 고요와 고통... 그리고 왕따.

멜린다를  만나고 나는 유리 조각을 삼켜내며 피를 흘리는

그 아이의 모습을 상상했다.

 

표지에 그려진 나무... 그 나무는 여자의 입을 가리고 가지 사이로 눈을 보여

주고 있었다.

아마 멜린다의 학교 생활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다.

시끌벅적한 복도, 수다와 웃음이 넘치는 식당, 스쿨버스, 쇼핑몰..

그 속에 섞이지 못하는 멜린다는 어딘가 숨어서 행복한 모습을 한 아이들을

살피고 있었을 것이다.

숨죽이며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 가슴 속에 흐르는 피눈물을 그대로 입술에 옮겨놓은 듯

그렇게 자신을 달래고 위로하며...

 

나영이 사건으로 모두가 분노하고, 아파하는 요즘...

또 하나의 가슴 아픈 이야기는 세상살이에 고단함을 배가 되게 했다.

성폭행 피해자는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평생 어떤 형벌보다 가혹한

아픔을 짊어지고 살게 된다.

'많이 아팠니?'라는 위로가 아닌 '네가 어떻게 했길래...'로 시작되는 질책..

그래서 쉬쉬하며 모든 것을 혼자 감내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메리웨더 고등학교에서 보내는 4학기 내내 멜린다는 힘이 들고, 혼자 아파하며

자신의 아픔을 말하기 주저한다.

짐승같은 그 녀석 앤디를 마주하며 점점 자신을 가두어 버린다.

한 때 멜린다와 친했던 레이첼을 짐승에게서 구해내기 위해 용기를 낸 멜린다...

'내가 레이첼이라면...?' 아마 나는 멜린다를 안고 엉엉 울었을 것이다.

하지만 레이첼을 그러지 않았다.

 

짐승이 다시 멜린다를 찾아냈을 때 멜린다는 몇 년전 그 때보다 당당하게

싫다고 외친다.

이제 멜린다는 소리내어 말을 할 줄 안다.

성폭행 이후 소리내어 말을 하지 않던 멜린다는 이제 없다.

누구에게나 당당하게 말을 할 준비가 된 그 아이의 다른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고 싶다.

대수학, 파티, 친구, 미술...

'멜린다, 난 언제나 네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 ~

나한테 말해 주겠니?'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바싹 타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한숨이 쌓이고 쌓인

멜린다의 이야기... 이제는 모두 들을 준비를 하고 또 다른 멜린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