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에서 뛰는 이유 시읽는 가족 12
초록손가락 동인 지음, 조경주 외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콩닥콩닥 마음이 분주하다.

책을 받아들고 나는 초등학생이 되어 햇살 가득한 복도 저 끝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시끌벅적 교실에서 우르르 아이들이 나오고, 출석부를 든 선생님이 '요녀석들~'하시며

발뒤꿈치를 들고 사뿐사뿐 나비처럼 움직이는 우리를 꾸짖으실 것만 같아 배시시 웃음이

비집고 나온다.

 

초록손가락 동인 동시집인 이 책은 각기 다른 일곱색을 가진 동시들이 꼬맹이들처럼 올망졸망

책 속에 앉아있다.

나도 모르게 카다랗게 소리를 내어 읽으며 까르르 웃다 <까치는 까치끼리 참새는 참새끼리-민현숙>와 <눈 속의 귀-박신식>를 읽으며 마음이 아팠다.

다문화가정이 늘어나며 여러가지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요즘 행여 아이들이 <까치는 ....>를 읽고 소외된 그들을 더 소외시키지는 않을까 괜한 노파심이 생겼다.

그들은 그들끼리 우리는 우리끼리... 이런 문제가 생긴다면 어쩌지....

참으로 나는 촌스러운 어른이며 걱정많은 여자이다.

청각 장애 엄마를 둔 아이의 마음을 너무 잘 읽어낸 <눈 속의 귀>는 듣지 못하는 엄마를 둔 아이의

심리를 너무 예쁘게 표현해서 사랑을 전하는 손짓 언어가 너무 예뻐서 한참을 웃다가

엄마의 또 다른 귀인 눈을 피해 밉고, 화난 모습을 표현하는 아이의 모습이 가슴 아파 멍하니 그 부분을 보고 또 보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읽어낸 동시들은 그림이 가득한 그림책처럼 연결이 되었다.

시골, 집, 지하철, 복도, 급식, 비, 엄마의 일터 등등 평범한 일상에서 끄집어낸 소재들이 예쁜 동시 옷을 입어 신기하기만 하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학교, 길, 집 등에서 있었던 일들을 추억하고, 공감하기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른을 훌쩍 넘긴 나 역시 저만치 밑에 가라앉아 추억하지 못했던 그것들은 다시 꺼내 이야기하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언어의 마술사... 초록손가락 동인들의 동시들은 마술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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