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예뻤을 때
공선옥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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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그레한 볼, 송송 주근깨, 올려 묶은 머리카락, 세상 시름 누이고 솔솔 바람을 불어 날리는

민들레... 거기 그렇게 아름다운 청춘들이 있었다.

그들에게 가장 아름답고 예뻤던 시간..

그 시간 속 스무 살 그들이 이야기를 한다.

 

그냥 그런 옛 이야기로 치부되기 쉬운 이야기를 공선옥은 일상적인 아름다움으로

표현했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며 나는 양귀자의 <희망>이라는 책이 떠올렸다.

희망을 이야기 하는 가장 예뻤던 그 때..

그 때 그들은 새우깡을 안주 삼아 쓴 소주를 마시고, 배고픔을 덜기위해 막걸리를

마신다. 털이 송송한 돼지고기를 굽고, 순대국으로 허기를 달랜다.

대학생이라는 신분을 감추고 공장에서 일을 하고,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나 자신을 버린다.

그런 그들이 있어 읽는 내내 나는 가슴에 찬 바람이 불고 또 불었다.

해금의 친구들 이야기, 해금의 언니들과 노래하는 동생 이야기, 돌아온 싱글 자유연애를

지향하는 멋쟁이 고모 이야기, 수업 중 연행된 아빠 이야기, 미혼모가 된 친구 이야기,

친구의 죽음을 목격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또 다른 친구 이야기....

환하게 자신을 비추던 그.. 환이를 사랑하는 해금의 이야기가 가득한 이 책은 읽는 내내

잘못한 것도 없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이야기 이기도 했다.

 

모두 제자리를 찾는 그 과정들... 나는 해금이 혹시나 삶을 포기할까, 세상을 경계할까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함께할 친구들이 있어, 돌아올 집이 있어 해금은 생의 무게에 짓눌리며 희망을 이야기한다.

노동 운동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그네들이 조금 더 나은, 조금 더 인간적인 삶을 위해 투쟁하며 아파하고

잃을 것이 두려워 애쓰지 않는 모습에 나는 가슴이 벅찼다.

그들의 용기와 순수, 열정이 나를 부끄러운 삼십 대로 만든다.

나는 그들이 기억하는 그 때를 알지 못한다.

책이나 옛 이야기들로 조금 느끼고 있을 뿐... 그들이 원하는 자유와 인권을  다 이해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들이 지내온 시간을 쫓으며 나는 많은 젊은이의 용기를 엿보았다.

그들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그리고 가장 예뻤던 그 때를 함께 느낄 수 있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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