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소녀
델핀 드 비강 지음, 이세진 옮김 / 김영사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길 위에서 또 다른 길을 묻는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이런 말이 떠올랐다.

일상에서 겪는 소소한 문제들과는 조금 다른 어떤... 천재소녀, 노숙자, 우울증, 삶의 의미, 버려짐,

가족과 친구... 많은 것을 내포하고 이야기는 점점 루의 일상으로 우리를 끌어 들인다.

열세 살 루에게 세상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답을 찾고, 침묵을 지키는 것으로 설명된다.

그런 루에게 나타난 노...

그녀는 노숙을 하는 어리고, 여린 여자이다. 둘은 만나 짧은 이야기를 나누고 결국 세상에서 노를 구해

내기 위해 루는 노를 집으로 데리고 온다.

'내가 루의 부모였다면...?'

나는 편견 투성이 겁쟁이 어른이라 노를 집에 들이지는 못 했을 것이다.

다만 그녀가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아주 작은 동정을 베풀 수는 있었을 것이다.

노에게 필요한 것은 한 끼 식사도 따뜻한 잠자리도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진심어린 사랑과 배려, 관심이 필요했던 것이다.

책표지에 또렷한 얼굴을 한 루와 그 곁에 손을 내밀고 있는 흐릿한 노가 있다.

그리고 도시를 내려다 보는 두 아이가 있다.

따뜻하게 손을 맞잡고...

 

항상 함께임 확인하던 노의 불안함이 그런 노를 가슴으로 안는 귀여운 소녀 루가 있어

종종 등장하여 콩닥콩닥 루를 설레게 하는 뤼카가 있어 이 이야기는 어둡거나 아프지만은

않았다.

어른들이 읽고 오래 생각해야 할 동화.

그리고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느껴야할 아픔과 감성...

노를 센터가 아닌 다른 곳에서 보호하고 조금 더 빠른 조치와 해결책으로 안아 주었다면

그 아이가 밤새 많은 양의 술을 마시고, 루의 엄마가 사용하는 약병들에 손을 댔을까..

마음이 저리다. 오래 쪼그리고 앉아 긴 영화를 본 것처럼 가슴 속이 찌릿찌릿 저리다.

가방을 싸고, 지저분한 호텔에서 잠을 자고... 그리고 루는 노를 잃었다.

루는 허탈하다. 생의 전부를 잃고 타박타박 걷는 걸음이 겨울 찬 바람이 느껴진다.

뤼카와 키스를 하며 키스의 방법을 생각하던 루가 떠올라 나는 웃고 말았다.

그 아이는 노를 잊고 있는 걸까?

 

아마도 루는 길 위에 길을 묻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지금 길을 잃고 길 위에서 길을 묻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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