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을 건너는 여섯가지 방법
스티브 도나휴 지음, 고상숙 옮김 / 김영사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막을 홀로 걷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입안 가득 모래가 서걱거리는 것 같다.

책을 읽기 전 항상 표지를 읽는 버릇은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하다.

'스티브 도나휴?' 내게는 낯선 작가이다.

'사막을 건너는데 달랑 방법은 여섯가지라고?'

투덜거리며 나는 작가의 여행에 동참하기로 한다.

 

.. 나는 요즘 사막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기분이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조급해 하고, 남들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빠른 걸음을 걷다못해

종종 구두를 신고 뛰기도 한다.

숨이 턱에 닿을 정도로 뛰는 내내 나는 내 발이 참으로 불쌍하다는 생각을 종종한다.

새 신을 신고 발뒤꿈치에 상처가 나도록 뛰다가 우뚝 선 내 그림자...

그 그림자를 보며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지?' 나 자신에게 묻고 또 물었다.

누구도 나에게 뛰지 말고 걸으라고, 조급해 하지말고 당당하라고 얘기해 주지 않았다.

책장을 넘기며 나는 점점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사막도 산도 아닌 평지를 걸으며 얻은 것 보다 잃을 것을 두려워 하는 불쌍한 사람...

그게 나였다.

아무런 준비도, 예상도 하지 않은 채 내 앞에 펼쳐질 무궁무진한 기회와 경험을 나는

얼마나 즐기고 있는 걸까?

앞만 보고 달리기에 바빠 내가 가는 길 옆으로 난 예쁜 꽃도 계절마다 변하는 바람의

냄새도 두터운 외투에서 놓여난 사람들의 가벼운 어깨도 보지 못하는 내 어리석음에

나는 화가 났다.

목표나 의식에 강박증을 보이며 종종걸음을 치며 내가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스트레스로 오는 갖가지 질병과 그것으로 인한 병원 진료기록, 봉투 안에 수북히 담겨져

있는 약들 외에는...

작가가 제안하는 여섯가지 방법을 읽고 또 읽으며 나는 조금 놓여난 기분이다.

 

나에게 필요한 답과 길을 잃고 헤매는 어리석음에 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는

나침반이 되어준 이 책과 더불어 함께 여행을 해 준 작가에게 너무 고맙다.

나는 이제 사막을 건너며 즐기는 법을 터득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두려움과 강박증, 조급함에서 벗어나 사뿐 부드러운 모래를 밟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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