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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리를 기억해 ㅣ 사계절 아동문고 73
유영소 지음, 홍선주 그림 / 사계절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옛날 옛적에.....'로 시작되는 외할머니의 잠자리 옛날 이야기가 그리운 밤이다.
초등 고학년이 되어서도 옛날 이야기를 해달라며 품으로 파고드는 다 큰 손녀에게
'옛날 이야기 좋아하면 가난하게 산다....'며 자장자장... 토닥여 주시던 투박한 손이,
정갈하게 빗어 넘긴 쪽머리가, 화로에 구워 주시던 떡이랑 밤이... 그리고 그 구수한 목소리에서
흘러나오던 파란 한복 동자랑 호랑이와 곶감 이야기가 귓속에 맴돈다.
사계절에서 이런 마음이 아직 다 자라지 못한 나같은 어른을 위해 만든 듯한 책을 발견하고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물론 이 책은 아동문고이다.)
사람에게 중요한 약속, 가족, 사랑, 용서... 등을 곰가족이야기로 다룬 <아침에 심어 저녁에 따 먹는 가래>,
사람의 욕심으로 화를 당하고 그 욕심을 반성케 하는 <산삼이 천 년을 묵으면>, 신의와 가족의 사랑을 여우와
함께 풀어 낸 <우리 누이 여우 누이>, 전쟁터에 나간 남편을 그리워 하며 만든 밥풀 인형 불가사리로 전쟁과
이기심을 이야기하는 <불가사리를 기억해>, 몸과 마음이 자라기 위해 큰 몸살을 앓아내는 남동생에게 누나가
전하는 사랑과 정성을 이야기 한 <달래 달래 진달래>, 쌍둥이 언니, 동생이 지어낸 끝내지 못한 이야기를
독자가 이어 짓게 만든 <책 속 책, 빗살에 햇살>. 이렇게 여섯 편에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할머니가 그리워 지는 밤...
이불 속에 쏙 들어가 읽다 잠이 들면 오래전 내 유년 시절을 거닐 수 있을 것만 같은 이 책이 나는
참으로 정겹다.